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 개헌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조국 민정수석이 20일 문재인 대통령 개헌안 내용을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조국 수석은 21일과 22일 총강·경제구조·정부형태 등 남은 개헌안의 주요 내용도 설명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26일 개헌안을 발의하겠다는 방침이다. 처리 여부를 떠나 헌법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되는 것 자체가 1987년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조 수석 입장에서 개헌안을 설명하는 것이 영광스러운 일임은 분명하다.

조 수석이 발표자로 낙점된 것은 표면적으로 ‘직위’ 때문이다. 개헌을 담당하는 법무비서관이 민정수석 소속이라는 점에서 수장인 조 수석을 발표자로 정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개헌안 발표라는 중대성을 감안하면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 ‘30년 만의 개헌안’ 메신저 맡은 조국 수석

실제 청와대는 개헌안 발표를 앞두고 전날부터 세심한 준비를 했다. 기자회견 장소의 단상을 교체했고, 수차례 마이크 등 음향장비 점검에 나섰다. 이날 오전까지도 단상배치와 카메라 구도, 상징기 배치에 신경을 썼다. 이를 두고 기자단 내부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오는 게 아니냐”는 소문까지 돌았다. 그만큼 관심이 집중되는 자리였고, 청와대도 준비에 만전을 기했다는 의미다.

개헌안 발표를 마친 뒤 자연스럽게 조 수석의 인물론이 부각됐다. 일각에서는 차기 대통령으로서의 가능성도 점쳤다. 사실 조 수석을 차기 대권주자로서 언급하는 것이 새롭거나 이례적인 것은 아니다. 조 수석은 과거 ‘진보집권플랜’이라는 대담집을 낼 정도로 정치에 관심을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에 일조했던 나꼼수 멤버인 김용민 씨는 조 수석을 차기 대선주자로 꼽기도 했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발탁되면서 이 같은 관측은 설득력을 더했다.

야권에서는 조 수석을 평가절하하려는 시각도 있다. 조 수석은 상징성일 뿐 사정라인 지휘 등 실권은 다른 인물에게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일례로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일개 비서관의 지시 아래 정치보복 목적으로 노골적으로 사냥개 노릇을 대놓고 자행하는 정권은 처음 본다”고 주장했었다. 명시한 것은 아니었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지칭한 것으로 해석했었다.

그러나 청와대 밖으로 비춰지는 조 수석의 상징성과 존재감은 결코 가볍지 않다. 문 대통령이 삼고초려 끝에 민정수석으로 모셔올 정도였으며, 정부의 핵심과제 중 하나인 권력기관 개혁을 선두에서 지휘하고 있다. 여기에 30년 만의 헌법개정안 발표라는 중임도 맡았다. 여름에도 겨울양복을 입고 있던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의 모습을 보고 금일봉을 하사했다는 사연이 공개되면서 따듯한 리더로서의 면모도 부각된 바 있다. 거물급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양과 이미지를 갖춘 셈이다.

물론 조 수석은 현실정치에 뛰어들 생각이 없다. 민정수석을 맡아 정치에 한 발 걸친 것도 문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실무적으로 보좌할 목적이라는 게 조 수석의 입장이다. 앞서 부산시장 출마설이 돌았을 당시에도 이 같은 입장을 거듭 밝혔었다. 하지만 미래는 알 수 없다.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펼치고 있는 문 대통령 역시 과거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누차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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