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강원랜드 부정합격자 226명에 대해 이달 말까지 퇴출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강원랜드 노동조합이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정부가 강원랜드 부정합격자 226명에 대해 직권면직 조치를 단행, 이달 말까지 퇴출시키기로 했다. 그러나 강원랜드 노동조합이 이에 반발, 법적 대응을 예고해 치열한 공방이 예견된다. 일각에서는 이들의 승소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어 향후 강원랜드 이외 공공기관 부정취업과 관련해 이번 사건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산업부 “사회정의 회복해야... 이달 말까지 퇴출”

산업부 ‘강원랜드 부정 합격자 퇴출 태스크포스(TF)’에 따르면 강원랜드 측과 부정합격자들에 대한 조치 등을 논의한 결과 전원 퇴출하기로 했다. 산업부는 “사회정의 회복, 공공기관의 신뢰성 제고 등 공익 목적의 이익이 크다”며 이달 말까지 퇴출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아울러 부정합격자 때문에 탈락한 피해자 구제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검찰 수사 결과 강원랜드 임직원과 국회의원, 국회의원 비서관, 지자체 의원, 이장협의회 관계자 등이 부정청탁자로 거론되고 있다. 청탁을 하고도 탈락하자 지역구 의원을 통해 다시 청탁을 넣어 추가 합격한 사례도 21건이나 됐다. 또 채용조건을 청탁자 등의 요구에 맞게 변경하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에 퇴출 위기에 몰린 226명은 2013년 하이원 교육생 선발 당시 1, 2차를 걸쳐 최종 선발된 직원들이다. 당시 2년 계약직 근무 후 정규직 전환 조건이 붙으며 5,000여명이 응시, 10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최종 합격자는 518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95.2%에 해당하는 493명이 부정 청탁으로 합격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강원랜드 전 인사팀장은 493명에 대한 내외부 청탁자 명단을 작성해 최흥집 전 사장에게 보고한 사실을 인정했다.

493명 중 현재 226명이 아직 근무 중인 상황이다. 정부는 이들에 대해 사실상 해고조치를 하고, 향후에도 채용비리와 관련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 공공기관 채용비리가 드러날 경우 부정합격자는 즉시 업무에서 배제하고 퇴출하기로 했다. 또 이에 연루된 공무원과 공공기관 종사자도 파면 등 중징계 조치가 따른다. 아울러 가담자들에 대해 전원 형사 고발해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특히 현재 진행 중인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결과가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강원랜드 노동조합은 지난 19일 성명을 내고 정부의 방침에 반발, 변호사 선임을 통해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홍명수 강원랜드 노조 위원장은 “사법적 판단이 끝나기도 전에 공소장에 이름이 올라갔다는 이유만으로 업무에서 배제하고 퇴출 절차를 밟는 것은 법치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모두가 납득할 만한 증거와 절차에 입각해 문제를 처리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피해자만 양산될 뿐”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강원랜드 채용비리와 관련해 청탁자와 가담자에 대한 검찰의 광범위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

◇ “법적 안정성 침해” vs “보호 가치 없는 신뢰”

홍 위원장은 퇴출 위기에 놓인 226명이 정규직 직원이 아닌 교육생으로 채용돼 교육과정을 거치고 계약직 신분의 평가를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유죄 판결이 확정 된 후 처벌하는 것은 동의하지만 그 전에 퇴출시키는 것은 법적 안정성을 훼손한다는 주장이다.

노조의 성명을 요약하자면, 우선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유죄가 확정돼야 한다는 것과 계약직 평가를 거친 후 현재까지 근무하는 것이 법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다는 내용으로 보인다.

후자의 경우 향후 법적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사자가 부정청탁을 부인하고 있는데도 명단에 거론된 사례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노조는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았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강원랜드 노조에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현재까지 연락이 닿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민주노총 공공운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부정채용을 일벌백계해야 한다는 점은 동감하지만 기본적인 권리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을 경우 보호를 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또한 ‘꼬리자르기’식 대처가 아닌 가담자들에 대한 발본색원 조치가 더욱 중요하다고 본다”고 조심스럽게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승소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류하경 법률사무소 휴먼 변호사는 “본인 개인 비리 문제로 해고된 거라면 다툴 만하겠지만 취업 과정 자체가 무효라는 게 쟁점”이라며 “합법적으로 채용을 했지만 향후 채용 취소 사유를 다투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무효인 관계였기 때문에 소송을 해도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부정채용 자체가 법적 보호 가치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선종문 썬앤파트너스 변호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부정합격자들의 신뢰를 보호할 가치가 있는지가 쟁점이 될 것 같은데 스스로가 청탁으로 인해 채용됐다는 사실을 알 것”이라며 “부정한 과정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신뢰는 법적으로 보호 가치가 없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부정취업, 허위사실 등으로 인한 취업의 경우 사후에라도 채용을 취소할 수 있다는 게 법원 판단의 추세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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