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듀랑고의 매출순위가 급감한 사실을 놓고 엇갈린 해석이 나온다. 사진은 듀랑고 맵스에서 바라본 한 서버 내 도시모습. 곳곳에 내구도가 다한 가구 및 건물이 눈에 띈다.<듀랑고맵스>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출시 초 돌풍을 일으킨 넥슨 ‘야생의 땅:듀랑고’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매출순위가 하락한 것으로, 반복적인 콘텐츠 등으로 다수의 유저가 이탈한 탓으로 보인다. 다만 업계 일각에선 듀랑고가 기존 게임과 다른 특색을 지닌 만큼, 매출순위로만 실패를 언급하는 건 무리라는 지적이다.

20일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따르면 듀랑고는 이날 기준 게임부문 매출순위 72위에 위치했다. 출시 전 사전예약 250만명을 기록했고, 론칭 4일째인 지난 1월 29일 매출순위 5위까지 올랐지만 두 달도 안 돼 하락한 모습이다.

주요 원인은 콘텐츠 부족에 따른 유저 수 감소 탓으로 보인다. 실제 게임 커뮤니티에선 자신의 부족원들이 사라졌다는 말들이 종종 나온다. 레벨 15의 부족을 이끌고 있다는 한 부족장은 “이전엔 30명 가까이 접속했지만, 지금은 하루 실접속자 수가 10명도 채 안 되는 것 같다”며 “새벽에 혼자 쓸쓸히 게임하는데 적응이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듀랑고를 떠나는 이들은 ‘할 게 없다’ 또는 ‘너무 지루하다’고 입을 모은다. 게임을 시작한 초기엔 돌, 끈 등을 채집해서 칼과 망치를 만드는 것에 새로운 재미를 느꼈지만, 같은 일을 반복하다보니 ‘일’처럼 느껴졌다는 것이다.

또 게임 후반부 콘텐츠가 솔로 플레이보다 ‘부족’ 위주로 구성됐다는 점도 유저들이 실망감을 느끼는 대목이다. 부족에 속하지 않는다면 희귀자원을 채집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넥슨 듀랑고가 20일 기준 구글플레이스토어 매출순위 72위를 기록 중이다.<구글 플레이스토어>

다만 일각에선 듀랑고가 기존과 다른 독특한 콘텐츠를 지닌 만큼,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반 게임과 다르게 ‘부족’이란 사회적 요소가 주요 콘텐츠인 만큼, 유저 간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사실 넥슨이 당초 준비한 듀랑고의 국내서버는 3개에 불과했지만, 출시 초반 사용자들이 몰리며 5개까지 증가했다. 초기 ‘색다르다’는 점에서 유저들이 급격히 몰렸다면, 이젠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유저들이 떠나는 시점이 도래한 셈이다.

또 업계에선 게임의 흥행 여부를 매출순위로만 논한다면 듀랑고가 던진 메시지를 퇴색시킨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듀랑고는 유료결제를 하지 않아도 게임 플레이에 전혀 지장이 없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실 (화려한 그래픽의) 양산형 RPG게임에 과금요소를 강하게 넣으면 매출순위가 상위권에 오르기도 한다”며 “매출순위로만 게임의 흥행여부를 판단한다면, 제작사들은 새로운 시도 없이 양산형 게임에만 몰두하게 된다”고 말했다.

넥슨 측은 이와 관련, 당초 목표는 매출이 아닌 ‘오랜 기간 사랑 받는 것’이라며 큰 무리는 없다고 전했다.

넥슨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단기 매출보다 많은 유저들이 모여 커뮤니티를 이루고, 오랜기간 사랑받는 게임을 만드는 게 목표”라며 “초반보다 일평균 이용자수가 떨어지긴 했지만, 마니아층들은 꾸준히 이용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또 “생활형 콘텐츠가 많다보니 10대에서 40대까지 유저분포가 고르게 나타나고 있다”며 “여성 유저의 이용시간이 남성보다 2배 이상 많은 점도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어 “좀 더 장기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연내 글로벌 서비스를 준비 중이며, 최종적으로 글로벌 단일서버가 도입되면 해외 유저도 같이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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