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가 명품가방을 이용해 금품을 수수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도 처음엔 믿지 못했다. 17대 대선을 코앞에 두고 대통령 후보 부인이 외부인에게 명품가방을 받을 줄은 몰랐다. 그는 “캠프 실무자들의 보고에 설마 했다. 혹시나 해서 물어보니 뜻밖에도 ‘받은 게 맞다’는 답이 돌아와 충격을 받았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정두언 전 의원은 20일 JTBC를 통해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가 대선 과정에서 현금 3만 달러(약 3,200만원)가 든 명품가방을 건네받은 사실을 다시 한 번 인정했다. 가방은 에르메스 제품으로 3,000만원을 호가했다. MB 캠프에서 선거대책위원회 전략기획본부장을 맡았던 그는 이 같은 사실을 MB의 맏사위 이상주 삼성전자 전무에게 확인했다.

당시 김윤옥 여사는 명품가방 수수 사실에 대한 질문을 받자 “받았다가 돌려줬다”고 답했다. 그런데 시점이 애매했다. 가방을 받고 두 달이 지난 뒤에야 돌려준 것. 그 이유에 대해선 “가방을 받은 뒤에 그대로 차에 둬서 잊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가방에 든 돈이다. 정두언 전 의원은 “이상주 전무에게 돈은 어떻게 했냐고 물었더니 봉투째로 돌려줬다고 하더라. 이후 현금의 행방은 모르겠다”고 말했다.

사태를 파악한 정두언 전 의원은 당시 김윤옥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사건이 보도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자금을 마련, 돈을 건넨 재미사업가 강모 씨에게 편의 제공을 약속하는 각서를 써줬다. 해당 사건을 살피고 있는 검찰은 이와 별도로 김윤옥 여사의 명품가방이 한 차례 더 등장하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부터 루이뷔통 가방을 받은 것이다.

이팔성 전 회장은 임기 만료가 임박하자 명품가방에 5만원권으로 1억원을 담아 이상주 전무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방은 다시 이상주 전무의 부인이자 MB의 딸인 이주연 씨를 통해 김윤옥 여사에게 건네졌다. 이후 이팔성 전 회장은 2011년 2월 우리금융지주 회장추천위원회에서 단독 후보로 내정돼 연임에 성공했다. 김윤옥 여사에 대한 검찰 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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