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는 당초 영장심사에 출석할 의사를 밝혔으나 돌연 입장을 바꿨다. 검찰에서 충분히 밝혔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그는 향후 진행될 재판에 주력하는 한편 정치적 투쟁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구속영장이 청구된 피의자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해 판사에게 직접 소명할 기회를 갖는다. 구속의 부당성을 피력할 자리이기도 하지만 출석하지 않을 경우 피의자에게 불리하게 작용된다. 지금까지 불출석한 피의자 상당수는 구속됐다. 때문에 영장심사를 포기하는 것은 구속을 각오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그랬다. 그는 오는 22일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에서 열릴 영장심사에 불출석 방침을 전했다.

◇ 김윤옥 의혹 결정타… 대응 자제, 보복 주장

MB가 달라졌다. 당초 그는 영장심사에 출석할 생각이었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지난 10개월 동안 정치검찰을 비롯한 국가권력이 총동원되어 진행된 ‘이명박 죽이기’로 이미 예상되었던 수순”이라고 비서실발 입장문을 발표하며 “검찰이 덧씌운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측근들도 MB가 영장심사에 충실하게 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영장심사를 이틀 앞둔 20일 생각이 바뀌었다. 이날 MB는 서울 논현동 자택에서 참모들을 불러들여 불출석 의사를 알렸다. 확고했다. 그는 이미 결심을 굳힌 뒤에 참모들에게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리에 함께 한 참모에 따르면, MB는 ‘이제부터 역사에 어떻게 남을지만 생각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이는 “정치적으로 투쟁에 돌입하겠다”는 뜻이라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MB는 법원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이후 MB 측은 “검찰에서 입장을 충분히 밝혔다”며 혐의에 대한 대응을 자제했다. 향후 진행될 재판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MB가 영장심사에 출석하지 않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혐의를 반박할 증거나 재판 전략을 미리 공개하지 않으려 한 게 아니냐는 얘기다. 반대로 궁지에 몰린 MB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는 주장도 있다. 터져 나오는 의혹을 더 이상 막기 어렵다는 방증인 셈이다.

특히 부인 김윤옥 여사에 대한 의혹이 결정타로 작용됐다는 얘기가 많다. MB의 실소유주 의혹을 산 다스의 법인카드를 사용하고, 17대 대선 직전과 청와대 입성 후 돈다발이 든 명품가방을 받은 사실이 보도되면서 파문이 커졌기 때문이다. 김윤옥 여사 또한 검찰 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결국 MB는 정치 투쟁으로 노선을 변경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해석이다.

MB의 영장심사를 앞둔 서울 논현동 자택의 모습. 취재진이 몰리고 있지만 적막감은 여전하다. <뉴시스>

앞서 MB는 1월17일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것은 나한테 물으라”며 검찰 수사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 보복으로 규정한 바 있다. 스스로 정치적 희생양임을 강조한 것. 만약 구속이 된다면 그의 정치 보복 주장은 힘을 받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같은 노선이다. 구속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정치 보복을 주장하며 재판 보이콧을 선언한 상태다.

법원은 예정된 영장심사 일정을 변경했다. 당초 22일 오전 10시30분에 열기로 했으나, ▲관련 자료와 법리를 검토하여 구인영장을 재차 발부할지 여부 ▲피의자 없이 변호인과 검사만이 출석하는 심문기일을 지정할지 여부 ▲심문절차 없이 서류심사만으로 할지 여부를 이날 중으로 결정하기로 했다. 영장심사에 불출석 방침을 내세운 MB의 입장은 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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