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민정수석이 문재인 대통령 개헌안 내용과 요지를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형태로 ‘4년 연임 대통령제’를 개헌안에 담았다. 연임제는 현직 대통령이 1회에 한해 한 차례 차기 대선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방식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4년 중임제’의 한 분류로 기회를 더 축소한 형태다. 

핵심은 국무총리 선출권이다. 총리선출권을 누가 갖느냐가 대통령제와 이원집정부제를 가르는 분수령이기 때문이다. 현행 헌법은 대통령이 지명권을, 국회가 동의권을 각각 보유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고,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에도 이는 그대로 유지됐다. 국회 총리선출권을 요구하는 야권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 조국 수석, 장시간 할애해 ‘대통령 중심제’ 적합성 강조

이를 감안한 듯 발표자로 나선 조국 민정수석은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 대통령 중심제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국민여론이 대통령제를 선호하고 있고, 우리 정치문화에 더 적합하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 수석은 “대통령제 하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뤘고 70년 가까이 유지했다”며 “대통령제는 이미 우리 의식과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국 정치문화에서는 대통령과 국회에서 선출 또는 추천된 총리가 갈등하고 대립할 가능성이 높다”며 “국회에게 국무총리 선출권을 주는 것은 분권이라는 이름 아래 변형된 의원내각제를 대통령제로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4년 연임제’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한 차례 더 하기 위한 꼼수라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개헌 내용은 현직 대통령에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으며, 이번 개헌안의 부칙에도 “제안 당시 대통령의 임기는 2022년 5월 9일까지로 하고 중임할 수 없다”는 내용이 나온다.

조 수석은 “4년 연임제로 개헌하더라도 문재인 대통령에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하고 단호하게 말씀드린다”며 “마치 문재인 대통령이 4년 연임제 적용을 받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명백한 거짓주장”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 개헌안 내용 중 정부형태와 권력구조에 관한 대목 <뉴시스>

국무총리 선출권을 유지하는 대신 대통령의 권한은 축소하는 내용을 담았다. ▲대통령의 ‘국가원수’ 지위 삭제 ▲특별사면시 사면위원회 심사 추가 ▲헌법재판소장 임명권 삭제 ▲감사원 독립 및 감사위원 임명권 국회이관 등이다. 특히 국무총리의 권한과 관련해 ‘대통령의 명을 받아’라는 조항을 삭제함으로서 책임과 권한을 강화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 국회의 숙원 ‘예산법률주의’ 개헌안 반영

반면 국회의 권한은 상대적으로 강화됐다. 먼저 정부가 법률안 제출시 국회의원 10명의 동의를 받아야하는 제한을 뒀다. 정부 법률안제출권 폐지 방안 보다 다소 후퇴한 것이 사실이지만, 무제한 제출과 비교하면 분명한 제한이 있다는 점에서 국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측면이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아울러 국회 비준이 필요한 범위를 확대, 대통령의 조약체결에 대한 국회 견제를 강화했다.

무엇보다 국회의 숙원인 ‘예산안법률주의’가 개정안에 들어간 것이 주목된다. 예산법률주의란 예산이 법률의 형식으로 의결돼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가짐을 의미한다. 미국을 포함해 대부분의 국가가 예산안법률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의회가 예산에 대한 주도권과 함께 실질적인 재정통제권을 갖게 되는 근거조항인 셈이다. 트럼프 행정부 ‘셧다운’ 사태에서 확인했듯이 미국의 경우 의회의 지출승인이 없다면, 단 한 푼의 국고도 사용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러나 우리 헌법에는 예산안법률주의 규정이 없어 법적 성격이 모호했다. 따라서 예산안의 법적 강제력이 약했고, 정부가 예산안과 다른 집행을 해도 법적 제재를 부과할 수 없었던 문제가 있었다. 이에 예산안법률주의를 채택해야한다는 목소리는 정치권 안팎에서 꾸준히 나왔으나 번번이 개헌이 무산되면서 도입되지 못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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