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21일(현지시각) 미국 기준금리를 1.5~1.75%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새 연준의장이 자신의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21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1.50~1.75%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마지막 금리 인상 이후 3개월, 그리고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지금의 자리에 오른 지 불과 한 달 만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7년여 간 0%대에 머물렀던 미국 기준금리는 이로서 2015년 12월 이후 2년 3개월 동안 총 6번 인상됐다. 파월 의장은 앞으로도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으며, 한국은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걱정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 높아진 연 4회 인상 가능성

시장은 이미 연준의 이번 금리인상 결정을 예상하고 있었다. 때문에 금리인상 자체보다도 앞으로 금리인상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더 큰 주목을 받았다. 파월 의장은 올해 금리를 3번 올리겠다던 옐런 의장의 전망을 그대로 유지했으며, 오는 2019년에도 같은 속도로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신임 연준의장은 시장에 “향후 경제 동향을 살펴 점진적으로 인상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냈지만, 미국 기준금리의 미래 예상치가 상향조정된 것만은 분명하다. CNN은 21일(현지시각) 기사에서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1조5,000억달러 규모의 감세법안과 3,000억달러 규모의 지출예산안을 꺼내들었던 것을 상기시키며 “연준은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경기와 발을 맞추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다”는 의견을 밝혔다.

FOMC 구성원 16인의 금리전망을 담은 점도표는 연준이 그리고 있는 장기금리경로가 보다 가파른 경사를 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작년 12월엔 3명의 위원만이 2018년 미국 기준금리가 2.25%~2.50%에서 형성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이번 FOMC에서는 그 수가 6명으로 늘었다. 이 예측이 현실화되려면 올해 안에 세 번의 금리인상이 더 필요하며, 이는 금리를 연내 3회 인상하겠다는 전임 의장의 공언을 뛰어넘는 시나리오다. 2020년 금리 전망 또한 최빈값이 3%~3.25%에서 3.25~3.50%로 바뀌었다. 심지어 기준금리 최댓값이 5%로 책정될 것이라고 내다본 위원도 있었다.

이번 FOMC에서는 지난 12월 회의에 비해 금리전망이 전반적으로 상향조정됐다. <그래픽=시사위크>

연준이 자신 있게 금리 인상에 나선 데는 미국 경제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 바탕이 됐다. 실업률이 역대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평균임금 또한 상승세다. 2월 들어 세 차례의 폭락을 경험한 주식시장도 작년 말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연준은 미국의 2018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작년 12월 제시했던 2.5%에서 2.7%로, 2019년 경제성장률은 2.1%에서 2.4%로 높여 잡았다.

그간 금리상승을 가로막는 족쇄 역할을 해 왔던 저물가 기조 또한 끝을 향해 달려가는 듯하다. 작년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미국의 월평균 물가상승률은 모두 연준의 목표치인 2%를 넘어섰다. 무엇보다 물가상승률과 깊은 관계가 있는 평균임금이 오르고 있는 만큼 수요가 물가상승을 견인할 가능성도 기대해봄직하다. 연준은 FOMC 결과를 발표하며 “현재 경제 상황에 따라 곧 물가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 경우 추가적인 금리인상이 동반될 수 있다”고 밝혔다.

◇ 한은, “금리역전 영향 적어”… 향후 인상속도 관찰해야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1.5%)보다 높아진 것은 10년 7개월만의 일이다. 한국은행은 22일 오전 금융·경제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양국 금리가 역전된 영향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당초 우려됐던 외국인자본의 유출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한국은행의 결론이었다. 한국의 기초경제여건과 대외건전성이 양호하기 때문에 연준의 금리인상이 국내 금융·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다만 이는 연준의 금리인상이 어느 정도 예견됐고, 양국의 금리 차이도 크지 않은 현 상황 하에서 나온 분석이다. 연준이 성명서에서 암시한 대로 금리인상흐름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간다면 한국은행 역시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부담을 쉽게 떨쳐내긴 어려울 듯하다. 한국은행은 지난 11월 사상 최저치였던 기준금리(1.25%)를 현재 수준으로 인상한 바 있다.

◇ 불편한 심기 드러낸 파월과 아랑곳 않는 트럼프

실물경제와 금융경제를 모두 곤경에 빠트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은 곧 연준의 골칫거리기도 하다. CNBC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금리인상 결정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관세 이슈에 대해 이야기하길 원한 참석자들이 몇몇 있었다”고 밝혔다. 비록 아직까진 무역 분쟁 때문에 경제전망을 수정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향후 경기전망은 앞으로 사태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발언도 나왔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보호무역의 고삐를 늦출 생각이 없어 보인다. 특히 최대 수입국이자 정치‧경제적 라이벌인 중국과의 무역 마찰이 날로 격화되는 상황이어서 파월 의장의 경고가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블룸버그는 22일(현지시각) 백악관 내부 관계자의 말을 빌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500억달러 규모의 새 관세를 부과하는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고 보도했다. 새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으로 취임한 래리 커들로 역시 중국과의 무역이 불공정하다는 의견을 수차례 밝혀온 인물이어서, 연준의 걱정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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