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 관세부과 시행 하루 전 한국과 EU 등을 부과대상국가에서 제외했다. <뉴시스/AP>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미국이 한국산 철강제품에 대해 관세부과를 일시 면제하기로 결정했다. 뉴욕타임즈(NYT) 등 미국언론은 22일(현지시각)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의 발언을 인용 “한국과 EU, 아르헨티나, 호주, 브라질이 관세 부과 대상국가에서 제외된다”고 밝혔다.

한국 등이 관세부과 대상에서 빠진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특정 기준에 부합하는 국가는 관세 부과대상에서 빠져야 한다고 말했으며, 한국과 EU 등에 대한 관세부과 중단을 결정했다.

한국산 철강에 대한 관세면제는 우리 외교라인의 성과로 볼 수 있다. 앞서 방북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접견했던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메티스 미 국방부 장관과도 따로 만나 철강 관세 문제를 논의했었다. 청와대에 따르면, 정 실장은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관세부과 예외를 요청했고, 메티스 장관은 “적극적으로 챙겨보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을 방문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월버 로스 미 상무부 장관을 만나 한국산 철강에 대한 관세면제를 요청했고, 한미FTA 협상을 위해 미국에 체류 중인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도 적극적으로 설득전을 펼쳤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미국의 철강관세 부과 시행일인 23일을 하루 앞두고 면제결정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반면 일본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은 그대로 관세부과 대상에 남으면서 일본의 충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근거법령인 무역확장법 232조를 검토할 당시 일본은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고 한다.

미국 무역대표부는 ▲모든 철강제품에 24% 관세부과 ▲중국과 한국 등 철강 수출국 제품에 53% 관세 적용 ▲철강 수입쿼터제 도입 등의 세 가지 방안을 권고했는데,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한국 등 특정국가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안을 선택할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수입되는 모든 철강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을 선택했고, 일본은 충격에 빠졌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만 관세부과 면제대상국가에 포함되면서 논란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소식통은 “북핵 문제 협상에서 일본이 제외되는 측면이 있어 아베 내각에 대한 불신여론이 생겼는데, 철강관세도 한국만 면제를 받게 되면서 비판이 커질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한국이 철강관세를 면제받았다고 해서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일각에서는 철강관세 면제가 한미FTA 협상과 연계돼, 미국 측에 그에 상응하는 양보를 해야하는 게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23일 취재진과 만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공개되진 않았지만 여러 가지 노력들을 물밑에서 진행해왔다”며 “김현종 통상본부장이 4주째 미국에 머물 정도로 치열하게 협상을 해오고 있다. 협상이 타결된 게 아니기 때문에 막판까지 김현종 본부장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결과는 우리도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