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실질적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대학 동문을 사외이사 및 감사로 신규선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현대중공업이 실질적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대학 동창’을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선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현대중공업은 오는 29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 예정이다. 주요 안건으로는 권오갑 부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을 비롯해 두 명의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이 있다. 2015년 처음 선임됐던 유국현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을 재선임하고, 권오규 후보를 신규선임하는 안건이 상정된다.

문제는 신규선임되는 권오규 후보가 현대중공업의 실질적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과 ‘학맥’으로 얽혀있다는 점.

현재 현대중공업의 최대주주는 현대로보틱스다. 27.74%의 지분을 보유 중이며, 특수관계인까지 더하면 지분은 34.75%가 된다. 현대로보틱스의 최대주주는 정몽준 이사장이다. 자신의 지분 25.80%를 비롯해 총 28.21%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권오규 후보와 정몽준 이사장은 나란히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51년생인 정몽준 이사장이 70학번, 1952년생인 권오규 후보는 71학번이다. 다만, 정몽준 이사장이 1학년을 마친 뒤 1년간 휴학하고 복학하면서 두 사람은 2~4학년을 함께 공부했다. 졸업년도도 1975년으로 같다.

이 같은 관계는 독립성이 핵심요건인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매년 주요 기업들의 정기 주총 안건을 분석해 발표 중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이와 관련해 “한국적 상황으로 인해 지배주주와 동일 대학 동일 학과 동창이거나, 1년 선후배일 경우에는 사외이사로서의 독립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권오규 후보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권오규 후보는 노무현 정부 시절 경제부총리를 지낸 바 있다. ‘정권 코드맞추기용’ 사외이사 및 감사 선임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일부 기업들이 친정부 성향으로 볼 수 있는 인물들을 사외이사 및 감사에 앉히고 있는데, 현대중공업 역시 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이번에 유국현 사외이사 및 감사가 재선임되고 권오규 후보가 신규선임되면 현대중공업은 총 4명의 사외이사를 두게 된다. 이들 4명 모두 서울대 출신이고, 2명은 정몽준 이사장과 같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현대중공업은 2015년에도 정몽준 이사장의 측근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려다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하지만 여전히 현대중공업 사외이사 및 감사의 독립성을 향한 물음표는 지워지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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