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개헌안에 명시된 토지공개념을 놓고 부동산 규제강화는 물론이고 '자유시장경제 포기'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뉴시스, 참고사진>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헌법개정안에 ‘토지 공개념’을 명시했다. 이에 대해 보수야권은 부동산규제가 강화되고 세금도 증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가 양극화 해소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만큼,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규제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나아가 자유한국당은 사회주의 헌법이라고 규정했다. 전희경 대변인은 “토지 공개념 강화, 경제민주화 강화 등의 내용은 자유시장경제 포기 선언과 다름 없다”며 “정권의 방향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아닌 사회주의에 맞추어져 있음을 재확인시켜주는 충격적인 내용”이라고 했다.

◇ 토지 공개념은 ‘사유재산제’를 이미 내포한 개념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사실과 다르다. 먼저 개정안의 토지 공개념 규정을 살펴보면, 국가는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 조항 자체에서 사유재산제와 자유시장경제를 기본으로 하되 ‘보충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는 의미가 분명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헌법개정안이 아니더라도 토지 공개념은 학계와 헌법재판소 판례로 널리 인정되고 있다. 현행 헌법 23조②항은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행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122조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하여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헌재는 두 헌법규정을 근거로 토지 공개념을 인정하고 있고, 이번 개정안은 이를 명시한 것에 불과하다. 따지고 보면 도시 주택가 인근에 축사를 짓지 못하게 하거나 그린벨트를 설정하는 것도 헌법상 토지 공개념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법과대학 헌법 기본권 수업에 단골로 등장하는 ‘택지소유상한제 위헌’ 판례를 분석하면 보다 명확하다. 청구인들은 특별시·광역시 택지의 소유상한을 200평으로 정한 것이 재산권과 자유권을 침해한다는 취지에서 위헌법률심판을 청구했었다.

헌재는 이에 대해 “(토지의) 사회적 기능에 있어서나 국민경제의 측면에서 다른 재산권과 같게 다룰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며 토지 공개념을 인정하면서도 “필요한 정도를 넘는 과도한 제한”이라며 위헌을 결정했다. 즉 입법에 의한 토지재산권 제한은 인정되지만, 그 정도가 과도해서는 안 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헌법심사의 대원칙인 ‘과잉금지원칙’이다. 따라서 개정안에 ‘토지 공개념’이 명시된다고 하더라도 과잉금지원칙의 지배를 받기 때문에 선언적 의미 외에 달라질 것은 크게 없다.

문재인 개헌안에 담긴 경제관련 주요 개정내용 <뉴시스>

◇ 토지공개념 정책은 노태우 정부에서 시작

그럼에도 논란이 불거진 것은 조국 민정수석의 발표에 일부 제도가 언급이 됐기 때문이다. 조 수석은 토지 공개념의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택지소유상한에관한법률은 위헌판결을, 토지초과이득세법은 헌법불합치판결을 받았고, 개발이익환수법은 끊임없이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예시한 바 있다. 이에 ‘개헌안이 통과되면 위헌결정을 받은 제도를 시행하겠다는 의미냐’라는 질문이 나왔다.

조 수석이 관련 제도를 사례로 든 것은 사실 정치적인 의미가 크다. 보수정부에서 시행했던 제도라는 점을 부각시켜 보수야권의 반발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얘기다. 실제 ‘택지보유상한제’ ‘토지초과이득세제’ ‘개발이익환수제’ 등은 노태우 정부 당시 ‘토지 공개념 3법’이라고 하여 시행됐던 제도들이다.

23일 tbs라디오에 출연한 이한주 헌법특위자문위원은 “토지공개념은 사회주의하고는 전혀 관계가 없다”며 “우리나라가 시장경제를 기본으로 한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스위스나 대만 같은 경우에 있어서도 국토를 이용하거나 개발을 위해서 제한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고, 독일헌법은 15조에 토지를 법률에 의해 공유재산으로 전환되도록 할 수 있다는 조항까지 들어가 있다”며 “특별히 유별난 조항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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