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이 20일 국회에서 송도국제도시 개발 특혜의혹을 제기했던 정대유 전 인천시 시정연구단장 영입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인재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2차 영입인재를 놓고 정치권의 뭇매가 거세다. 안 위원장이 먼저 자유한국당을 겨냥해 '곰팡이내 난다'고 도발한 가운데 자유한국당은 물론 더불어민주당, 민주평화당 등에서 공세가 전방위적으로 가해지고 있다.

이들의 논평을 보면 안 위원장의 인재영입을 평가절하한다는 큰 틀을 공유하고 있다. 다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각 당이 공격하는 의도에 차이가 난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형구 평화당 부대변인은 23일 논평에서 "새 정치를 내세우는 안 위원장이 영입한 인재들의 이력이 고작 한국당의 전·현직 지방의원들이라는 점에서 실소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며 "안 위원장에게 인재란 한국당 출신이라는 자랑스러운 뱃지를 단 인사들인가"라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보수대연합 행보이겠지만 옥석이라도 가리기 바란다"며 "잘못된 인재(人才)영입은 인재(人災)로 귀결될 수 있음을 안 위원장은 명심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안 위원장은 전날 한국당 소속이었던 전현직 지방의원 7명을 비롯해 한국당-민주당 당원 786명이 바른미래당에 입당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을 "한국당 소속으로 정치를 하시면서 곰팡이내 나는 구태와 절망에서 탈당한 분들"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한국당 소속이었던 전·현직 지방의원은 모두 7명으로 △양창호 전 서울시의원 △박용순 현 구로구의회 의장 △김주은 현 동작구의회 의원 △이준영 현 부천시의회 의원 △정병호 전 구의원 △박원규 전 동작구의회 의장 △권오식 현 관악구의회 의원 등이다

평화당은 그동안 안 위원장과 바른미래당을 겨냥해 지선에서 한국당과 연대할 것이라는 '암묵적 연대설'을 제기해왔다. 안 위원장의 한국당 소속 지방의원을 영입한 것을 '보수대연합 행보'라고 강조한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공격을 당한 당사자인 한국당은 안 위원장이 소개한 인사들에 대해 "한국당 공천경쟁에서 뒤처진 분들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홍지만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자격당원으로 당 윤리위원회에서 '탈당권유' 받은 분, 시의원하던 분을 청와대 행정관으로, 구청장 후보로 여러 차례 기회를 부여했지만 끝내 당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던 차에 자신을 배려해 준 은혜를 저버리고 스스로 집을 나간 패륜아, 이런 분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당에서는 곰팡내가 나 뒤로 빼놨던 분들만 골라서 분리수거해 주니, 곰팡내가 없어져서 고맙기는 한데, 바른미래당에 곰팡내가 날까 미안하기도 하고 염려가 될 뿐"이라며 "인재영입을 했다고 만면에 미소를 짓고 있는 안 위원장이 안쓰럽다"고 힐난했다.

한국당은 116석의 제1야당이지만 지선을 앞두고 최근 인력난을 겪고 있다. 홍준표 대표가 공개적으로 영입 의사를 밝혔던 인사들이 출마를 거절하는 등 비보가 이어지자 중진들 중심으로 '반홍(反홍준표)'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당 입장에서는 지방의원과 당원들의 집단 탈당이 반가울 리는 없다. 아무리 지방선거에서 주로 주목받는 것은 광역단체장이라고 하지만, 바닥민심을 주도하는 건 '풀뿌리 민주주의'로 불리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안 위원장의 영입인사들을 '중도탈락한 패잔병'이라고 규정한 것도 추가 탈당 가능성을 경계한 행보로 보인다.

민주당은 안 위원장의 '1호 인재'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김효은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인재 영입 1호라는 정대유 전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차장이 공익신고자인지는 아리송하다"면서 안 위원장이 국민의당 당시 1호로 영입했던 이준서 씨를 거론했다.

김 부대변인은 "이준서, 이유미 씨는 작년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 아들 문준용씨 제보조작 사건의 불법행위를 한 주인공들"이라며 "(안 위원장은) 새정치를 하고 싶거든 대선에서 자행한 제보조작 사건에 대해 사과부터 제대로 하라"고 촉구했다.

정대유 전 차장은 30여년 간 공직에 몸을 담았으며 지난해 1조원대 토착비리 사건인 인천송도 6·8공구 특혜비리 의혹을 SNS에 공개해 지역 사회에 파문을 일으킨 인물로 평가받는다. 안 위원장은 이번 지선에서 1호 인사인 정 전 처장을 통해 안상수(한국당), 송영길(민주당), 유정복(한국당) 등 거대양당 인사가 역임한 지방정부의 부패를 집중적으로 부각한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민주당이 정 전 차장을 공익신고자인지부터 따지고 1호 인사를 겨냥한 것도 안 위원장 전략의 정당성을 흔들겠다는 의도라는 관측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이처럼 다른 정당이 안 위원장의 2차 인재영입을 비판한다는 것은 역으로 그만큼 신경쓰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안 위원장은 현재 바른미래당 유력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정 전 차장에 비해 780여명의 집단 입당은 '인재영입' 차원에서 파급력이 적다는 시각도 있다. 여기에 정치권에서는 안 위원장이 4월 초에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그 전에 인재영입을 마무리 짓겠다는 안 위원장의 조급함이 드러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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