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새벽 서울 문정동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됐다. 그는 앞으로 수인번호인 716번으로 불리게 됐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이명박(MB) 전 대통령은 23일 새벽 서울 문정동 서울동부구치소에 도착했다. 입소 절차는 일반 구속 피의자와 다를 바가 없었다. 인적사항을 확인하고 간단하게 신체검사를 받았다. 이후 남성 미결수용 황토색 수의로 갈아입었다. 수의 왼쪽 가슴에 수인번호 ‘716’을 달았다. 구치소 생활규칙에 대한 교육을 받은 뒤 수용기록부에 붙일 사진 일명 ‘머그샷(mug shot)’을 촬영했다. 교정당국 측은 “수용과정에서 특이사항이 없었다”고 밝혔다.

MB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를 예감한 듯 미리 입장문까지 써뒀던 그다. 학생운동 과정에서 내란선동죄로 구속됐던 대학시절을 떠올리며 “54년 만에 나이 80이 다 돼서 감옥에 간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감방이 낯선 것은 사실이다. MB는 뜬눈으로 첫날밤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수감 첫날 먹게 된 아침식사도 제대로 입에 대지 못했다는 후문이 나왔다. 이날 구치소는 모닝빵과 쨈, 두유와 양배추 샐러드가 아침식사로 제공됐다.

◇ 가족 접견 불발… 변호인단 만나 방문조사 대비 

검찰은 MB의 사정을 헤아렸다. 이날 조사 일정을 세우지 않았다.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 조만간 구치소로 찾아가 방문조사를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원칙적으로는 검찰청사로 불러 조사해야 하지만, MB가 영장심사를 불출석했다는 점에서 소환을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5차례에 걸쳐 방문조사를 가진 바 있다. 이에 따라 MB는 서둘러 대비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수감 첫날 변호인단과 두 시간 가까이 접견을 가졌다.

아들 이시형 씨를 비롯한 MB의 가족들도 구치소를 방문했다. 하지만 접견은 하지 못했다. 교정당국 측은 ‘개인정보’를 이유로 접견이 불발된데 대한 사유를 밝히지 않았다. 앞서 MB는 검찰의 영장 집행 전 서울 논현동 자택에서 가족들을 한 명씩 끌어안으며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특히 오열하는 시형 씨에게는 “강해야 한다”며 위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MB는 “내가 구속됨으로써 나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과 가족의 고통이 좀 덜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를 예감한 듯 미리 입장문을 써뒀다. 그는 “내가 구속됨으로써 나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과 가족의 고통이 좀 덜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페이스북>

현재 MB가 수감된 동부구치소는 문을 연지 1년도 안 된 최신식 교정시설이다. 여기서 수용자동 최상층(12층) 독방(독거실)을 배정받았다. 구조는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슷하다. TV와 선반, 세면대와 싱크대, 양변기 외 샤워시설이 갖춰져 있다. 약 4평(13.07㎡) 규모다. 2평 남짓한 일반 독방보다 크다. 전담 교도관도 배정됐다. 교정당국 측은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 등을 고려하되 “일반 수용자와 동등하게 처우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 MB는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식단을 제공받고, 식사가 끝난 뒤에는 세면대에서 식판과 그릇을 직접 닦은 뒤 반납해야 한다. 형이 확정되지 않아 노역은 하지 않는다. 감방 동기로 엮이게 된 박근혜 정권 비선실세 최순실 씨,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마주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MB의 독방이 있는 12층 라인에는 아무도 없다. 운동시간이 매일 주어지지만, 해당 층에 운동시설도 마련돼 있어 다른 수용자와 접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편, MB의 1차 구속시한은 이달 31일이다. 수사를 계속해야 할 이유가 소명될 경우 10일 이내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따라서 검찰은 다음달 10일까지 MB의 신병 확보가 가능하다. 앞서 검찰은 110억원대 뇌물수수, 350억원대 다스 횡령 등 18개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에 법원은 “범죄의 많은 부분이 소명됐다. 피의자의 지위나 범죄의 중대성, 수사 과정에 나타난 정황에 비춰볼 때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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