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쩐 다이 꽝 주석이 호치민 묘소를 함께 방문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쩐 다이 꽝 베트남 주석과 만난 자리에서 ‘유감’을 표명했다. 명시하진 않았지만 베트남 전쟁 당시 참전했던 과거에 대한 입장으로 해석된다. 진상조사와 피해보상 등 후속조치를 전제한 게 아니라는 점에서 ‘사과’ 보다는 다소 후퇴한 내용으로 볼 수 있다.

23일 열린 한-베트남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마음에 남아있는 양국 간의 불행한 역사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하며 양국이 미래지향적인 협력 증진을 위해 함께 힘을 모아가길 희망한다”고 쩐 주석에게 말했다.

문 대통령이 밝힌 ‘유감’이라는 메시지는 지난해 ‘마음의 빚’보다는 다소 진전된 내용으로 해석된다. 다만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해 일본의 사죄를 촉구하는 입장과는 다소 배치된다는 점에서 논란이 있었다. 일본의 사죄를 요구하기 전에 우리가 베트남 등 피해국에 사죄를 해야한다는 점에서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베트남은 문 대통령의 유감표명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에 따르면, 쩐 주석은 “베트남전 과거사에 대한 한국정부의 진심을 높이 평가한다”며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고 양국 간 우호관계를 공고히 하며 상생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 부가 더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반응은 베트남의 외교적 상황과 관련이 있다. 베트남은 최근 미국 등 여러 국가와 외교관계를 넓히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한국이 베트남전 참전과 관련 ‘사죄’를 표명할 경우, 오히려 베트남 정부가 외교적으로 곤란에 처할 수 있다. 베트남 입장에서 한국 측의 공식사과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은 도의적인 측면을 감안해 메시지를 고민했다는 후문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베트남전에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호주, 뉴질랜드, 태국, 중국 등이 참여했다. 우리가 진전된 내용을 바라면 다른 나라와의 관계에서도 (베트남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까지 고려해서 유감이란 표현을 썼다”며 “현재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최대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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