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기획사의 성상납 강요를 폭로하고 목숨을 끊은 배우 장자연씨에 대한 재수사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2009년 기획사의 성상납 강요를 폭로하고 목숨을 끊은 배우 장자연 씨에 대한 재수사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장씨 사망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국민청원이 20만명을 돌파했다. 이는 청와대의 답변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향후 장씨에 대한 재수사의 길이 열린 셈이다.

현재 SNS를 비롯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장씨가 남긴 술접대 및 성상납 리스트가 돌아다니고 있다. 연예계 관계자는 물론, 대기업 오너 이름까지 거론된 상황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더욱이 장씨의 리스트는 재수사가 개시될 시 추가로 공개될 수 있어 파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장씨 사건에 대한 적용 법률에 따라 충분히 재수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 ‘장자연 사건’ 재조명에 기업들 긴장?

#미투(MeToo) 운동 확산과 맞물려 고 장자연씨 사건에 대한 재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2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고 장자연의 한 맺힌 죽음의 진실을 밝혀주세요’라는 청원글이 청와대 답변 기준인 ‘동읜 20만건’을 돌파했다. 26일 오후 5시 40분 기준으로는 22만명을 넘어선 상황이다.

기획사 측의 성상납 강요와 술접대 등으로 고통을 호소했던 장씨는 2009년 연예계와 언론계, 기업 등 유력 인사들의 이름(일명 ‘장자연 리스트’)을 남긴 채 목숨을 끊었다. 당시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음에도 소속사 전 대표와 매니저만 폭행 등의 혐의로 기소된 채 사건은 끝이 났다. 이 과정에서 일부 관련자들의 부실수사가 도마에 오르면서 여론의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오른 배우 장자연 사건 재수사 청원글. 26일 오후 5시 40분 기준 22만9,410명이 동의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 캡처>

9년이 지난 지금 장씨 사건에 대한 재수사 요구가 거세지면서 ‘장자연 리스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 등에는 장씨 리스트와 관련해 유력 인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특히 이중에 2개 대기업 오너들의 이름도 오른 상황이다. 최근 장씨 사건을 다룬 방송과 언론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명단을 직접 공개한 곳은 없다.

다만 향후 장씨 사건이 다시 조사 대상에 오를 경우 명단 공개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향후 2차, 3차 명단이 추가로 공개될 여지도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미 공소시효 만료로 수사 개시가 무의미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이철성 경찰청장은 2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청사에서 열린 정례 간담회에서 “미투 운동과 관련해 단역배우 자매 사건과 장씨 사건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법적으로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 남아있는 증거들, 법적효력 여부가 관건

법적으로 처벌이 불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사건이 관심을 받을수록 연루된 기업들의 이미지 타격은 불가피하다. 다만 경찰의 입장과 달리 법조계에서는 적용 법률에 따라 장씨 사건의 재수사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남아있는 증거들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가 향후 수사와 재판의 쟁점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배우 고 장자연씨는 생전 남긴 유서를 통해 자신을 '힘없고 나약한 신인'이라고 칭하며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말했다. <뉴시스>

2009년 장씨 사건이 보도되면서 한국여성민우회는 여성연예인인권지원센터를 설립, 피해자 지원 업무를 보고 있다. 센터 자문 변호사인 선종문 썬앤파트너스 변호사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강요죄를 적용할 경우 공소시효가 만료됐지만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을 적용할 경우 공소시효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해당 법률 제18조(벌칙)는 친족관계와 고용관계, 그 밖의 관계로 인해 다른 사람을 보호·감독하는 것을 이용해 성을 파는 행위를 하게 한 사람을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 해당 법률의 공소시효는 10년으로, 아직 1년이 남은 상황이다. 다만 강요죄로 적용할 경우 공소시효가 7년인 탓에 적용을 하더라도 처벌이 불가능하다.

선종문 변호사는 “장씨 사건이 수사가 불가능하진 않다. 성매매알선 관련법에 따르면 충분히 소속사 대표 등이 처벌을 받을 수 있다”면서 “문제는 증거의 유무와 해당 증거의 효력에 달려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접대를 받았다고 거론된 사람들을 상대로 수사를 하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 “장씨가 남긴 유서가 결정적인 증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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