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동 전 국세청장이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과 손잡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뒷조사하는 비밀공작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일명 ‘데이비드슨 사업’으로 불렀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해외 비자금 의혹을 뒷조사하는 비밀공작명이다. DJ의 약칭에서 알파벳 D를 착안했다. 뒷조사는 2010년 5월부터 2012년 3월까지 2년 가까이 이뤄졌다. 시점이 공교로웠다. 2010년 6월 지방선거와 2012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끈질기게 파헤친 것. 당시 이명박 정부 국정원은 선거에서 여당의 패배가 예상되자 국세청 조직을 동원해 DJ 흠집내기에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당시 국세청 차장이었던 이현동 전 국세청장에게 자금 지원을 약속하고 DJ의 해외 비자금을 찾아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국세청도 비자금의 실체를 찾지 못했다. 데이비드슨 사업은 약 7억원의 국고만 탕진한 채 종료됐다. 관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현동 전 국세청장은 사실관계를 인정하면서도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었다”는 지적에 대해선 부인했다.

이현동 전 국세청장의 변호인은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에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국정원 자금을 지원받아 역외탈세 자금 추적에 도움 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승인한 것”이라면서 “이후 구체적인 행위에는 관여한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및 국고손실 혐의로 이현동 전 국세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해 신병을 확보했다.

한편, 이명박 정부 국정원은 DJ외 노무현 전 대통령도 흠집내기 위해 공작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작명은 ‘연어’였다. 퇴임 후 고향인 봉하마을로 돌아간 것을 비유한 것. 사행성 도박인 ‘바다이야기’ 사건 이후 필리핀에 도주한 관련자를 국내로 송환해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성을 폭로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성은 드러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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