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그룹 계열사인 아트라스BX에서 소액주주들의 반란이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 26일, 한국타이어그룹 계열사인 아트라스BX의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국내에선 보기 드문 ‘소액주주의 반란’이 일어났다. ‘경제민주화’를 추구하는 이들이 ‘MB사돈’ 기업으로 유명한 한국타이어그룹 오너일가에게 ‘한 방’ 먹인 것이다.

아트라스BX의 이번 주총 안건은 보통의 기업들과 달리 다소 복잡했다. 각 안건마다 주주제안이 접수됐기 때문이다.

먼저 제1호 의안인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승인의 건에서는 두 가지의 배당금 안이 올라왔다. 사측은 주당 400원, 주주제안으로는 주당 1만원이 제시됐다. 제2호 의안 정관변경에 관한 건에서도 사측은 이사의 수와 임기에 대한 변경안을 내놓았고, 주주제안은 이사 선임시 집중투표 적용과 전자투표제 도입 명시를 요구했다.

아울러 제3호, 제4호 의안인 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의 건에서도 사측이 추천한 인물들 외에 한 명의 후보자가 주주제안으로 이름을 올렸다.

결과는 어땠을까.

제1호 의안인 배당금은 1만원이 아닌 400원으로 결정됐다. 사측의 안건이 통과된 것이다. 정관변경에 관한 건 역시 사측이 제시한 내용은 승인됐으나 주주제안은 부결됐다. 마지막으로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을 추천한 주주제안 또한 승인을 받는데 실패했다. 반면 사측이 추천한 사내이사 및 사외이사는 모두 승인됐다.

하지만 모든 것이 사측 뜻대로 된 것은 아니었다. 감사위원 선임은 부결됐다. 소액주주의 반란이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이다.

◇ 부메랑으로 돌아온 자진 상장폐지 추진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이른바 ‘3%룰’이 있었기 때문이다. 감사위원 선임의 경우 지분이 아무리 많아도 발행주식의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최대주주에 맞서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장·보호하기 위한 것인데, 아트라스BX 주총에서 실제 그 효력을 나타내게 됐다.

그 배경은 아트라스BX의 자진 상장폐지 추진에서 비롯된다. 아트라스BX는 2016년 3월 자진 상장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가총액이 기업가치에 미치지 못하고, 주가 변화 및 거래가 미미하며,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에 주요 기관투자자들과 소액주주들은 즉각 반발했다. 주가도 사측이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까지 치솟는 등 자진 상장폐지에 불리하게 돌아갔다. 회사의 실질적인 가치, 특히 4,000억원에 육박하는 이익잉여금을 고려했을 때 지나치게 낮은 공개매수 가격이라는 지적에 힘이 실렸다.

결국 아트라스BX의 첫 번째 자진 상장폐지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95%의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데, 실제 확보한 지분은 최대주주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가 보유한 31.13%를 포함해 87.68%였다. 5월에도 추가로 공개매수를 실시했으나, 89.56%로 소폭 오르는데 그쳤다.

결과적으로 아트라스BX의 이러한 행보는 이번 ‘소액주주의 반란’을 가능하게 했다. 아트라스BX가 보유한 자사주 58.43%는 감사위원 선임에 있어 의결권 행사를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발행주식에서 제외되고,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가 보유한 31.13%는 ‘3%룰’에 묶인 것이다. 반면 소액주주들은 10.44%의 의결권 행사 가능한 지분을 갖고 있었다.

◇ 경제민주화 향한 소액주주의 발걸음… ‘MB사돈’ 발목 잡다

한국타이어그룹 오너일가와 소액주주의 전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 사측의 감사위원 선임을 무산시키긴 했으나, 소액주주들은 여전히 ‘약자’의 위치에 놓여있다.

아트라스BX 주총에서 주주제안을 제출하고, 사측 추천 감사위원 선임 반대를 주도한 것은 소액주주인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이다.

주주행동주의를 추구하는 이들은 아트라스BX에서 벌어지고 있는 ‘최대주주 횡포’를 꾸주히 지적해왔다. 회사는 기본적으로 최대주주, 소액주주 구분 없이 모든 주주에게 이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아트라스BX는 최대주주의 이익에만 발을 맞추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아트라스BX가 안정적이고 유망한 사업환경 및 영업구조를 갖추고도 고의적으로 그 가치가 주가에 반영되지 않도록 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그 배경에 소액주주들을 헐값에 내쫓고 30%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가 회사 전체를 차지할 수 있게 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주총에서도 맞붙은 ‘배당금 갈등’ 역시 이러한 측면에서 해석된다. 아트라스BX는 2014년과 2015년 실적을 기준으로 주당 700원을 배당했으며, 배당금 총액은 64억500만원, 현금배당성향은 각각 12.41%와 11.72%였다. 하지만 자진 상장폐지를 발표한 후인 2016년 실적 기준으로는 주당 300원을 배당금으로 책정한 바 있다.

당시는 공개매수로 자사주가 늘어나면서 배당금을 지급받게 되는 발행주식 수가 크게 줄어든 시점이었다. 여기에 주당 배당금까지 절반 이상 줄어들면서 배당금 총액은 11억4,100만원으로 내려갔고, 현금배당성향은 또한 2.25%로 크게 낮아졌다. 반면 당기순이익은 앞선 2년의 실적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주당순이익은 5,000원대에서 1만원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크게 올랐다.

올해 사측이 제시한 배당금은 주당 400원으로 지난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이에 반해 소액주주의 주주제안은 지난해 주당순이익과 비슷한 주당 1만원을 요구했다.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은 앞서도 주주제안으로 임시 주주총회를 이끌어냈으며, 경영진 및 이사회에 주주서한을 보내고, 공개주주서신을 발송하는 등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의 행보는 최근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경제민주화의 측면에서 상당히 주목할 만하다. 특히 그 상대가 경제민주화를 퇴보시킨 인물로 평가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돈기업’ 한국타이어그룹이란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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