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산 수입품들에 잇따라 관세를 물리고 있다. 중국도 맞관세 조치에 나섰다. 사진은 수입품들을 하역하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항구. <뉴시스/신화>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한국과의 무역협상을 마무리한 미국이 이제 ‘진짜 목표’인 중국을 정조준하고 있다. 미국은 작년 중국과의 상품‧서비스 무역에서 3,370억달러의 적자를 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적자규모를 3분의 2까지 줄이길 원하고 있다. 새로 부과된 관세와 지식재산권 이슈는 양국 관계를 적지 않게 흔들어놓을 전망이다. 한편 새 주간이 시작된 26일부턴 한동안 희미했던 ‘대화 분위기’가 다시 조성되면서 양국관계가 또 다른 형국에 접어들었다.

◇ 관세부터 지식재산권까지, 마찰 커진 미·중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현지시각) 중국에 600억달러 규모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이에 대해 “무역 분쟁이 우리의 목표는 아니지만, 그것을 두려워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8일(현지시각) 서명된 철강‧알루미늄 관세가 사실상 중국을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추가적인 규제조치가 다시 한 번 발동된 것이다.

하루 뒤 중국은 미국산 수입품에 30억달러 규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대응책을 발표했다. 자동차와 반도체, 그리고 자국 금융계에 대한 미국 기업의 접근성을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미국에 비하면 액수 자체는 상당히 적지만, 중국 상무부에 몸담았던 경력이 있는 웨이젠궈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 비서장은 당국이 현재 비행기‧컴퓨터 수입과 관광 분야에 대해 추가적으로 무역장벽을 쌓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장외 설전’도 벌어졌다. 로이터통신은 27일(현지시각) 중국의 장시앙첸 세계무역기구(WTO) 대사가 미국의 무역정책에 대해 “WTO의 규칙들을 파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장시앙첸 대사가 미국에 발끈한 것은 미국이 상품무역만큼이나 오래된 쟁점인 지식재산권 문제를 다시 지적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의 기술이전 전략 때문에 자국 기업들이 매년 수십억달러를 지출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중국 정부가 ‘특허 도둑’들을 용인하고 있다고까지 발언 수위를 높였다.

◇ 반갑지만은 않은 미·중 대화모드… 변수 많아졌다

23일 2만3,522.20까지 떨어졌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26일 뚜렷한 회복세를 기록했다. 이날 다우존수지수가 기록한 최고점과 전일 최저점의 차이는 무려 669p에 다다른다. 역사상 세 번째로 높은 증가폭이다.

26일(현지시각) 669p 상승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 우려가 가라앉은 반향이다. <뉴시스/AP>

이날 미국 주가가 역사적인 회복세를 기록한 것은 미국과 중국이 무역충돌을 피하기 위한 물밑대화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보도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이 상당 부분 해소됐기 때문이다. 특히 스타벅스(2.65%)‧보잉(2.45%)‧애플(4.75%)‧퀄컴(4.60%)과 인텔(6.32%) 등 중국시장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들은 모두 미국‧중국이 잇따라 관세부과계획을 발표하던 지난 23일까지 주가가 하락세를 걷던 기업들이다.

물론 주가상승세가 계속 이어지리란 보장은 없다. 투자자들이 무역 이슈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은 곧 앞으로도 양국 무역정책 담당자들의 말 한 마디, 새로 돌출한 정책변수 하나에 주식시장이 요동칠 가능성도 있음을 뜻한다. 개장일 기준으로 불과 하루 전인 23일, 트럼프 대통령이 대 중국 관세정책을 발표하고 중국이 이에 ‘맞관세’로 대응했던 날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425p 급락했다.

한편 미국과 중국의 ‘화해 무드’가 한국을 포함한 세계 여타 수출국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시됐다. CNBC와 로이터통신 등 다수 외신은 27일(현지시각) 중국이 한국‧대만산 반도체의 수입량을 줄이고, 대신 미국 기업들의 제품을 구매하겠다는 계획을 미국 측에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미국의 통상압력을 피하기 위해 반도체 수입노선을 태평양으로 옮길 가능성은 한국 산업계에 새로운 위험요인이 될 전망이다. 중국에 대한 한국의 수출의존도가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월 대 중국 정보통신기술(ICT) 수출 84억7,000만달러 중 60억6,000만달러가 반도체였다고 밝혔다. 2016년 기준 한국 총 수출액의 10%를 차지한 집적회로의 경우 중국에만 43%가 판매됐다. 철강관세와 FTA 재협상이라는 고비를 넘긴 한국은 이제 다시 미국과 중국의 경쟁협력구도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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