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집권 6년여 만에 처음으로 외국 정상과 만났다. 첫 파트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남북 및 북미 회담을 앞두고 중국을 비공개로 다녀왔다. <노동신문/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다. 첫 해외순방이자 첫 정상회담이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1년 12월 집권한 이후 북한을 떠나거나 외국 정상을 만난 적이 없었다. 무려 6여년 만에 고립을 깨고 국제 외교 무대에 등장한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초청에 응한 김정은 위원장에게 환대를 보였다. 평양으로 돌아가는 김정은 위원장을 배웅하기 위해 의전 차량 앞까지 나왔다. 양국은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 한반도 정세 흐름 바꾼 김정은… 중국 웃었다

북중 정상회담은 ‘은둔형 지도자’로 불리는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평가를 뒤엎었다. 정치 전문가들 사이에선 고도의 전략으로까지 해석됐다. 회담 성과를 떠나 북중 관계를 회복했다는데 높은 점수를 받았다. 사실 김정은 위원장은 남북 및 북미 회담을 앞두고 중국과의 관계 회복이 시급했다. 중국의 지지를 등에 업어야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보험이기도 했다. 북미 회담이 실패할 경우 제재 압박이 더욱 심해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시진핑 주석 역시 북한과의 관계 회복이 중요했다. 중국이 한반도 외교전에서 밀려나는 이른바 ‘차이나 패싱’을 차단하기 위해 양국의 새로운 연대를 형성하는데 필요성을 느꼈다.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 및 북미 회담을 잇따라 성사시키자 소외감을 느낀 게 아니냐는 얘기다. 시진핑 주석은 취임 후 5년 만에야 김정은 위원장을 중국 베이징으로 초청했다.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대화 흐름을 바꾼 것도 사실이다.

이로써 중국은 북한의 든든한 우군으로 자리를 잡았다. 한반도 대화 테이블에서 중국의 입김이 커진 셈이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에 대해 미국과 일본 정부가 눈치 채지 못했다는 점에서 중국의 역할론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이에 따라 막혀있던 북중 교역의 물꼬도 트일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김정은 위원장의 연이은 핵실험에 후원국으로서의 외교적 지원을 끊어왔던 터다. 경제 대부분을 중국과의 교역에 매달려왔던 북한으로선 타격이 컸다. 

실제 김정은 위원장은 방중길에 오르며 북중 교역의 부활을 노린 것으로 해석됐다. 비행기 대신 열차를 교통편으로 선택한 배경 중 하나라는 것. 열차는 평양과 베이징 왕복 이동시간만 이틀이 걸린다. 그럼에도 열차를 고집한데는 북중 교역의 상징인 압록강 철교를 건너가기 위함으로 알려졌다. 물론 보안상의 이유도 있다. 북한의 공군력은 약하다. 대신 열차는 방탄설비를 탄탄히 갖췄다. 바닥에도 방탄판을 깔아 폭발물이 아래에서 터져도 안전하다.

김정은 위원장은 북중 정상회담으로 고립의 이미지를 벗고 우군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집권 이후 정치인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노동신문/뉴시스>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에는 부인 리설주가 동행했다. 이례적이다. 리설주는 국내 행사에 자주 모습을 드러냈지만 외교 무대에 얼굴을 비친 경우가 없었다.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사단이 평양을 방문했을 당시 만찬을 함께 했을 때도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대해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 정권의 안정된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한 김정은 위원장의 조치로 판단했다. 그의 전략적 사고에 전문가들은 “집권 이후 정치인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대외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솔직하고 배려심이 많은 것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대북특사단에 따르면,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이 친서를 전달하려고 하자 김정은 위원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걸어 나왔다. 뿐만 아니다.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해서도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며 이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오는 4월 예정된 남북정상회담 장소를 남측 지역인 평화의 집으로 하는데 동의했다. 대담한 성격과 결단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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