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문재인 대통령이 정의용 안보실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가 정치 관련 주요 아젠다를 주도하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 등 외교안보 의제는 물론이고 국회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개헌 담론까지 문재인 대통령이 쥐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자리 정책, 사법개혁, 최저임금인상, 적폐청산, 미투운동 대책 등 굵직굵직한 이슈들도 청와대가 중심이다. 이 같은 양상은 오는 6월 예정된 지방선거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여론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에스티아이와 미디어오늘이 27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은 70.2%에 달했다. 취임초기 지지율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현안에 대해서도 긍정평가가 절반을 넘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에 대해 69.3%가 찬성했고, 대통령 개헌안도 64.9%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60.8%의 응답자는 국회의 개헌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 청와대의 선제적·적극적 아젠다 대응

개헌안 세부내용에 대한 선호도도 높았다.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찬성 77%, ‘대통령 4년 연임제’ 찬성 72%, ‘국무총리 대통령 임명’ 찬성 55.3%, ‘토지공개념 강화 찬성’ 54.2% 등이다. 선호도가 반영된 측면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국민들이 문재인 정부를 신뢰하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로 정치권 관계자들은 판단하고 있다.

긍정평가의 원동력은 각종 현안에 대한 시의적절한 대응과 소통에 있다. 그간 문 대통령은 개헌·남북관계 등 주요현안에 대해 선제적으로 입장을 밝히고 여론을 선도하는 역할을 했다. 미투운동 등 시시각각 발생하는 중대사건도 마찬가지다. 또한 국민청원 제도는 청와대가 놓치거나 간과할 수 있는 사안을 점검할 수 있도록 기능했다. 핵심쟁점이 형성된 이후 청와대가 최종적으로 입장을 정리했던 박근혜 정부의 운영방식과 크게 다른 점이다.

박근혜 정부 때부터 청와대를 출입했던 한 고참기자는 이를 ‘주관식과 객관식’으로 비유했다. 문제가 주어졌을 때 문재인 정부는 바로바로 주관식으로 답변을 내놓는다면, 박근혜 정부는 보기가 다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마지막에 가서야 하나를 선택했다는 얘기다. 실제 박근혜 정부는 중점추진과제를 제외한 여타 현안에 대해 정치권 논의와 여론반응까지 본 뒤에야 입장이 나왔다고 한다.

이에 대해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모든 방안이 다 검토된 뒤 통치자가 마지막으로 결정하는 것이 왕정이고 박근혜식”이라며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현안대응이 느려 답답한 측면이 있고 긴급상황 대처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세월호와 메르스 사건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시시각각 이슈가 변하는 현대사회에 맞지 않는 방식”이라고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 전체는 물론이고 세부내용까지 과반 이상의 응답자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디어오늘, 에스티아이>

◇ 청와대로 향하는 국민적 관심, 정치권은 외면

문제는 정치권이 이른바 ‘패싱’을 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내각을 구성해 국정을 운영한다면, 국회는 여론수렴과 정부견제의 기능을 담당한다. 그런데 국민들의 관심이 온통 문 대통령과 청와대로 집중되면서 국회가 상대적으로 외면 받는 형국이다. 지방선거를 맞아 참신한 인재발굴로 여론을 모아보려 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홍준표 대표를 비롯해 한국당 인사들을 중심으로 자극적 단어를 동원한 발언이 계속되는 것도 관심을 끌기 위한 의도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청와대가 이 같은 현상을 바람직하다고 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청와대의 만기친람식 국정운영이 위험하다고 보는 분위기다. 작은 실수 하나로도 곤욕을 치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사소한 사안까지도 청와대의 결정만 바라보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만기친람은 평창올림픽까지만”이라고 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김여정의 방한과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되면서, 청와대의 살얼음판 걷기는 계속되고 있다.

<미디어오늘과 에스티아이의 여론조사는 지난 23일부터 24일까지 무선 ARS 방식으로 진행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이 최종 응답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 전체 응답률은 6%다. 보다 자세한 개요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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