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하메드 UAE 왕세제가 바라카 원전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에스코트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다. UAE 측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시한 협력규모다. UAE는 모하메드 왕세제의 지시에 따라, 석유 등 에너지 분야에서만 한국기업과 협력규모를 250억불 늘리겠다고 했다. 신재생 에너지, 농업기술, 항만개발 등 다른 분야를 더하면 어마어마한 규모가 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27일 귀국 직전 문재인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대한민국과 UAE는 형제국가가 됐다”며 “왕세제와 사막처럼 고요하고 깊게 우정을 나눴다. 환대해준 형제여 고맙다”고 적었다. 신남방정책의 핵심인 베트남이 순방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UAE가 부각되는 모습이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신뢰외교가 통한 것으로 자평했다. 사람과의 관계를 특히 중시하는 중동의 특성을 감안, 기획 단계부터 의례적 일정은 최소화하고 정상간 친밀감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데 집중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자이드 대통령 영묘 방문, 전몰장병 추념비 헌화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국가 중대사를 정상 간 친밀도만으로 결정했다고 오롯이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순방을 통해 신뢰를 쌓은 것이 물론 큰 도움이 됐지만, 이면에는 UAE 측의 ‘니즈’도 있었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UAE의 정치상황도 무관치 않다는 후문이다.

UAE는 7개의 토후국이 모인 일종의 연합국가다. 수도인 아부다비를 지배하고 있는 왕가가 대외적으로 UAE를 대표하는 형태다. 확인된 석유매장량이 이라크, 쿠웨이트와 비슷한 수준이며 석유수출을 통해 부를 쌓아왔다. 대부분의 유전은 아부다비에 집중돼 있다. 이른바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국가기반을 만들어내는 게 당면과제다. 석유자원은 언젠가는 고갈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UAE가 적극적인 투자로 외국기업과 불러들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한 해외진출 사업에 비위 의혹이 있는 것도 많지만, UAE를 미래 협력대상으로 상정한 것은 혜안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며 “자원과 자금이 많지만 기술이 부족한 UAE와 자원은 부족하지만 기술을 축적한 한국은 최고의 협력 파트너”라고 설명했다.

UAE 측의 관심은 에너지와 식량으로 파악된다. 국가운영의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로 안보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변동성이나 변수를 최대한 줄이고 계획에 따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위의 산유국인 UAE가 원전건설에 뛰어든 이유다. 또한 농업을 진흥하기 위한 방안도 모색 중인데, 이번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는 해수담수화 기술이 언급되기도 했다.

더구나 한국이 유치한 바라카 원전은 그 일환으로 모하메드 왕세제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사업으로, UAE 측에서는 반드시 성공시켜야할 정치적 이유도 있다. 임종석 실장의 특사파견 당시 ‘UAE 측이 원전건설을 중단시켰다’는 설이 제기되자 현대 등 업계가 고개를 갸웃하는 반응을 보였던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오랜 중동진출로 쌓아온 한국기업의 노하우와 실력도 한 몫 했다. 중동파견 경험이 있는 건설업계 관계자는 “큰 규모의 건설현장에는 UAE 뿐만 아니라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등 다양한 국가에서 노동자들이 몰려든다”며 “건설기술도 중요하지만, 종교·문화가 각양각색인 노동자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독려하는 노무관리도 필수적이다. 이 부분에서 한국기업들이 인정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