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약 5,00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실리콘밸리의 다른 IT기업들도 그 여파를 맞고 있다.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미국 IT업계가 심상치 않다. 하이테크 시장을 선도하는 4개 기업, 페이스북과 아마존‧넷플릭스‧구글(‘FANG’)이 제각기 정보보안 이슈와 정치권과의 갈등, IT산업 규제 가능성 등에 휘말렸다. 주가 역시 모두 급격한 하락세를 기록하는 중이다.

◇ 페이스북발(發) 정보유출 대란에 넷플릭스‧구글도 불똥

페이스북이 위기를 맞았다. 지난 16일 185달러를 넘던 주가가 28일(현지시각) 현재 153달러까지 떨어졌다. 2주일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주가가 17% 이상 폭락한 것이다.

원인은 ‘역대 최악’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개인정보 유출사태다. 현재까지 페이스북 사용자 약 5,00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의심되며, 이 자료가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사용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저커버그 CEO가 공개석상에서 사과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여론은 여전히 냉담하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고, 팀 쿡 애플 CEO가 “고객 정보를 돈벌이에 이용했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등 동료들의 눈초리도 따갑다.

실리콘밸리의 최고경영자들이 페이스북을 앞장서서 비난하고 나선 것은 기술의 오‧남용 문제가 비단 페이스북만의 이슈는 아니기 때문이다. 개인정보의 부실관리와 그에 따른 정보유출 위험은 하이테크 기업의 역린과 같다. 더구나 최근 우버와 테슬라의 자율주행차가 잇따라 사망사고를 내면서 혁신기술에 대한 의구심이 한껏 부풀어 오른 상황이다. 트위터와 구글의 경우 졸지에 CEO가 저커버그와 함께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주요 IT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의회에 소환된다는 것은 IT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도 높아졌음을 뜻한다.

26일 320달러였던 넷플릭스 주가는 28일 285달러로 떨어졌으며,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의 경우 1,165달러를 기록했던 12일 이후 현재까지 160달러 이상 낮아졌다. 현재 흐름이 이어진다면 알파벳의 주가는 5달 만에 다시 세 자릿수로 떨어지게 된다. 하이테크 기업이 다수 상장돼있는 나스닥100 주가지수는 28일(현지시각) 현재 전일보다 1.06% 하락한 상태다.

◇ 아마존을 바라보는 트럼프의 불편한 시선

2017년 한 해 가장 큰 성공을 거뒀던 기업을 뽑는다면 아마존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고 넘어갈 수 는 없을 것이다. 16년 말 750달러 언저리였던 아마존의 주가는 현재 두 배 이상 뛰었다. 작년 블랙 프라이데이에선 월마트를 누르고 유통업계의 1인자로 우뚝 섰으며, 제프 베조스 회장은 빌 게이츠에게서 ‘세계 최고의 부자’ 타이틀을 빼앗아왔다.

승승장구하던 아마존에게 의외의 변수가 닥쳤다. 소비자의 데이터가 유출된 것도, 베조스 회장의 로봇 개가 사람을 문 것도 아니다. 원인은 다름 아닌 트럼프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존에 대해 마땅찮은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사진은 작년 6월 백악관 만찬에서 대화를 나누는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베조스 회장(오른쪽). 가운데는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뉴시스/AP>

CNBC와 블룸버그 등 미국 경제지들은 28일(현지시각) 일제히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존이 전자상거래로 벌어들이는 수입에 대해 특별 세금을 물리고 싶어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미국 인터넷매체 ‘엑시오스’는 이날 관계자들의 발언을 인용해 “의회는 페이스북의 피를 원하지만, 대통령은 아마존에만 관심이 있다”며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했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존이 오프라인 소매업체에 비해 부당한 세제혜택을 받고 있으며, 이로 인해 미국인들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엑시오스는 베조스 회장이 트럼프에게 비판적인 워싱턴포스트지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도 대통령의 심기를 거슬리는 부분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작년 8월 트위터를 통해 “아마존이 ‘세금을 올바르게 내는’ 소매업자들에게 해를 끼치고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전통산업과 보호무역을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온라인 국제기업들과 관계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보도가 나온 당일 사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아마존을 제재하는 어떤 방안도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해명에 나섰지만, 530억달러에 달하는 아마존의 시장가치가 순식간에 증발하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아마존의 현재 주가는 1,425달러로 이틀 전에 비해 130달러 이상 낮다.

◇ 기술주 지각변동이냐, 저가 매수 기회냐

그러나 이번 IT기업의 주가급락사태가 페이스북의 몰락, 혹은 실리콘밸리를 비롯한 첨단기술업계의 보안구조를 뜯어고칠 계기가 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저가 매수’의 기회가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급격히 곤두박질치던 페이스북의 주가는 28일(현지시각) 0.53% 상승하며 한 숨 돌렸다. 이날 저커버그 CEO가 개인정보 설정방식 변경을 포함한 새 보안 시스템을 발표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한편 여론조사 ‘파이브써티에잇’은 27일(현지시각) “SNS 이용자들은 SNS를 통한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과 ‘가짜 뉴스’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SNS의 혜택이 더 크기 때문에 그것을 계속 이용한다”며 현재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등에서 벌어지는 페이스북 탈퇴운동이 실효성을 거둘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다음 달 10일 열릴 청문회에 마크 저커버그와 잭 도시(트위터 CEO), 팀 쿡(애플 CEO)을 소환한 미국 의회가 과연 규제법안을 발의할지도 의심스럽다. 실리콘밸리가 미국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과 규제 법안이 산업 활동과 기술 혁신을 제약할 가능성을 고려하면, ‘IT버전 도드-프랭크 법’이 등장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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