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구글·페이스북… 글로벌 IT기업들, 프랑스에 AI 기술거점 확장 중
프랑스의 뛰어난 AI기술력, 그리고 기술친화정책 영향 분석

삼성전자가 프랑스 파리에 AI 연구개발 센터를 건립한다. 사진은 28일(현지시각) 손영권 삼성전자 최고전략책임자(오른쪽)가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면담하는 모습.<뉴시스/AP>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삼성전자를 비롯해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기업들이 최근 프랑스에 AI(인공지능) 기술거점을 마련 또는 확장 중이다. 일각에선 EU의 한 축인 프랑스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려는 의도로 해석한다. 다만 업계에선 프랑스의 뛰어난 AI기술력, 그리고 기술친화 정책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내다본다.

28일(현지시각)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대통령궁은 이날 삼성전자가 한국과 미국에 이어 프랑스 파리에 AI R&D 허브를 만들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손영권 삼성전자 CSO(최고전략책임자)의 면담 직후 공개된 소식으로, 삼성전자는 15명의 현지 R&D팀을 100명 이상까지 늘릴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방침은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기업들의 행보와 유사하다. 구글과 페이스북도 올해 1월 프랑스에 AI투자 확대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또 일본 후지쯔도 프랑스에 대규모 AI리서치 센터를 만들기로 했다. 글로벌 IT기업들이 프랑스 파리를 유럽의 AI거점으로 공동 선정한 셈이다.

일각에선 프랑스가 EU(유럽연합)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점을 주목하기도 한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EU 내 다수 국가들과 조세회피 등의 문제로 마찰을 빚고 있는데, 프랑스와 긴밀한 관계 형성으로 규제완화를 기대한다는 것.

다만 업계에선 EU에 대한 영향력보다 프랑스가 보유한 AI 기술 및 인프라와 인력, 그리고 시행 중인 정책들이 더 매력적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AI 관련 논문 발표통계.<한국정보화진흥원>

글로벌 학술 및 특허정보서비스 업체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최근 20년간 발표된 프랑스의 AI 연구 논문은 약 4만여 건으로 세계 6위의 규모다. 특히 프랑스는 논문의 양뿐만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세계 4위권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또 프랑스 정부를 주축으로 AI 기술을 육성하는 분위기도 사회 전반에 조성됐다. 프랑스 정부는 수년 전부터 미래 핵심산업육성을 목표로 ‘신산업정책’을 발표 중이다.

그 중 중소기업·혁신·디지털경제부는 2013년부터 AI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스타트업 육성 정책 ‘라 프렌치 테크’를 추진하고 있다. 이 정책의 슬로건은 ‘프랑스를 스타트업 국가로 만들고 구글을 잇는 다음 주자를 출현 시킨다’는 것이다.

또 2016년엔 민관협력 에코시스템인 ‘FRANCE IS AI’를 조성했다. ‘FRANCE IS AI’는 현지 스타트업 지원을 비롯해 연구, 교육 등 AI 허브를 구축하고, 생태계를 촉진하는 역할을 맡는다.

효과는 두드러진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프랑스 IT기업들은 15억 달러를 유치했다. 투자 건수는 지난 3년(2015~2017년)간 약 71% 증가, 유럽 내 1위를 달성했다. 또 지난해 열린 세계최대가전전시회 CES 2017에 260개의 자국기업이 참가, 유럽 내 단일국가로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EU의 여타 국가들은 AI를 도덕적, 인류학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경향이 많은 반면, 프랑스는 독특하게도 기술적인 면을 중시한다”며 “(프랑스에 조성된 환경 덕에) AI 인재 영입도 더 원활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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