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우원조
▲17대 국회의원 정책비서관 ▲18대, 19대, 20대 국회의원 정책보좌관 ▲19대 전반기 국회부의장 연설비서관 ▲부산대 대학원 정치학 석사

“더 깊이 고독하여라,
더 깊이 아파하여라,
더 깊이 혼자가 되어라”
- 이해인 수녀의 詩 ‘죽음을 잊고 살다가’ 중에서.

가끔, 마음이 헛헛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가족과 함께 소풍가듯, 집에서 가까운 노무현 대통령 생가가 있는 봉하마을을 찾는다. 그저 그 곳에서 느껴지는 담담함이 좋고, 그 곳의 풍경이 나의 꽉 찬 머릿속을 비워주는 듯도 하여 걸음을 하곤 한다. 그러다 한 날은 뭔가에 이끌린 듯 부엉이 바위에 올랐다. 그의 심정을 되뇌어보며, 그가 마지막 순간에 서 있던 그 자리에 나도 섰다.

삶 자체가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과 ‘역사의 진보’였던 노무현. 그는 어떤 역경과 굴곡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갔던 사람이었으며, 정치인이었다. 그랬던 그가 마지막 순간까지 지키고자 했던 것이 있었다. 나아가지도 물러설 수도 없고, 끌어안을 수도 버릴 수도 없는, 평생을 지켜 온 것들을 위해 그는,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누구에게도 털어내지 못하고 방에 혼자 앉아 처절하게 고민하던 자신을 대면했을 때, 그가 느꼈던 ‘고독’은, 어쩌면 그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선택이었을지 모른다.

‘고독’은 ‘외로움’과 다르다. ‘외로움’은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원하지 않는데 홀로 남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느끼게 되는 아픔이다. 허나, 고독은 내가 찾아가는 것이다. 나와의 싸움이며, 외면하고 싶은 ‘나’의 깊은 내면과 철저히 ‘직면’ 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프고 두렵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마지막 순간, 그 아픈 것을 했던 것 같다.

이렇게 ‘고독’은 내면이 강한 자만이 견뎌 낼 수 있는 것이다. 이 고독의 고통을 다른 방향으로 이겨낸 이가 있다. 넬슨 만델라 대통령. 그는 인권을 위해 싸우는 ‘투사’에서 ‘진실과 화해’의 정치인으로 한 평생을 살았던 위인이다.

44살에 종신형을 받은 만델라는 72살까지 감옥에 있었다. 하지만 만델라는 27년간의 감옥생활 속에서 형성된 ‘고독’을 ‘마음의 힘’으로 승화시켰다. 그 힘으로 남아공을 ‘진실과 화해’의 상징적인 국가로 만들었다.

만델라는 “육체의 쇠사슬이 정신에는 날개일 때가 많다오”라고 말했다. 때론 모든 것을 잃고 육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여겨질 때, 오히려 우리의 정신은 세상의 그 어떤 것도 막을 수 없을 만큼 자유로울 수 있다. 때문에 위대한 지도자일수록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내면과 직면하는 것을 즐겼다. 그 속에서 새로운 시작을 찾았고, 그 힘으로 미래로 나아갔다.

“27년 동안의 옥살이가 나에게 도움이 된 것이 있다면 고독의 고요함을 통해 소중한 말과 진심 어린 연설이 인생에 얼마나 좋은 영향을 미쳤는지 깨달았다는 점이다.” 만델라 대통령의 이 말이 잔잔히 마음을 울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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