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의 2011년 당선에 직간접적인 관계가 있었던 인사들이 이번 지방선거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차기 서울시장 선거 구도가 박원순 시장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 2011년 박원순 서울시장 탄생에 직간접적으로 얽혀있는 인물들이 하나둘 선거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를 통해 ‘채권’을 요구할 것이며, 다른 이는 ‘정통성’ 문제를 제기할 것이 분명하다. 사상최초 3선 서울시장을 노리는 박원순 시장의 행보가 결코 순탄하진 않을 전망이다.

실제 민주당 당내 경선부터 쉽지 않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전 대표가 출마를 공식화하면서 민주당 경선이 달아오르고 있다. 민주당 예비후보인 박영선 의원과 우상호 의원은 각각 안철수 전 대표를 향해 ‘철새행보’ ‘말 바꾸기’ 등을 비난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안 전 대표를 겨냥하고 있지만 속내는 안 전 대표를 띄워 박원순 대세론을 흔들어보겠다는 의도가 포함돼 있다.

◇ 채권자 ‘민주당과 안철수’, 채무자 ‘박원순’

박영선 의원과 우상호 의원의 단일화 가능성도 박 시장 입장에서는 변수다. 당초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박 시장은 안정적인 지지율을 보이며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여기에 민주당 지도부가 경선 결선투표 도입도 보류했고, 후보자간 큰 ‘난타전’도 없이 조용히 진행되면서 박 시장의 무난한 승리가 점쳐졌었다. 그러나 두 의원 사이 막판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판도가 어떻게 변할지 예단하기 어렵다.

박 시장이 민주당에 있는 ‘부채’를 어떻게 해결하느냐 역시 경선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2011년 당시 박 시장은 안 전 대표의 양보로 여론의 중심에 섰고, 그 힘으로 민주당 지분도 흡수했었다. 야권 지지층의 단일화 압박에 민주당은 따를 수밖에 없었다. 공교롭게 당시 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로서 단일화 효과의 ‘불쏘시개’ 역할을 했던 사람이 바로 박 의원이다. 물론 공정한 경선에 따른 결과였지만, 민주당의 단일화 결단과 희생이 없었다면 승리가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박 시장이 이후 민주당에 입당했으나 여타 인사들과 비교해 기여도나 희생이 작다는 평가가 남아있고, 이는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박 시장이 당내 경선을 뚫었다는 가정하에 본선에서는 안 전 대표와 만날 가능성이 크다. 바른미래당에 따르면, 안 전 대표는 오는 4일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선언할 예정이다.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아 참신한 인사를 발굴하겠다는 선거전략을 세웠으나, 여론의 관심을 끌지 못하면서 계획을 수정했다. 바른미래당은 안 전 대표를 전면에 내세워 전국적인 이슈몰이를 할 것으로 보인다.

안 전 대표의 출마는 그 자체로 박 시장에게는 부담이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박 시장의 승리는 안 전 대표의 ‘아름다운 양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50%의 후보가 5% 후보에게 양보했다’는 감동에 반향도 매우 컸었다. 이는 안 전 대표가 정치적 위기 때마다 언급했던 대목이기도 하다. 박 시장도 “2011년 보궐선거의 결단은 지금도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이를 인정한다. 안 전 대표 입장에서는 박 시장에게 넘겼던 지분을 얼마나 되찾을 수 있느냐가 승패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결과가 어떻게 끝날지 알 수 없지만, 이번 지방선거가 끝나면 두 사람의 오랜 채권·채무 관계가 끝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2011년 한나라당 대표로 서울시장 재보선 선거를 이끌었던 홍준표 대표가 표 차이가 크게 벌어지자 표정을 굳히고 있다. <뉴시스>

◇ 홍준표, 오세훈 아닌 김문수 공천 ‘왜’

박 의원이나 안 전 대표와 결은 다르지만, 홍준표 한국당 대표도 박 시장의 당선과 부상에 관련이 있다. 2011년 재보선 당시 한나라당 대표로서 선거를 지휘하며 전방위 네거티브 공세를 펼쳤던 인물이 다름 아닌 홍준표 대표였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박 시장이 홍준표 대표의 공세를 이겨내고 당선됨으로써 대선주자로 체급을 키운 측면이 있다. 그렇게 인연이 시작 된 두 사람은 7년 만에 다시 상대당 대표와 서울시장 후보로 충돌하게 됐다.

같은 맥락에서 정치권 안팎에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등판을 기대했다. 무상급식에 반대했던 오세훈 전 시장은 주민투표 결과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었다. 무상급식 찬반으로 복지논쟁이 촉발되면서 시민사회단체 출신인 박 시장의 당선과 재선까지 이어진 바 있다. 이에 박형준 교수 등 보수진영 인사들은 오 전 시장이 출마하면 박 시장과 구도를 형성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오 전 시장의 출마는 홍 대표가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서울시장으로 낙점하면서 사실상 어려워졌다. 문제는 김문수 전 지사가 정치적으로 서울과 인연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공천배경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 고개를 갸웃하는 반응이 많았던 이유다. 실제 김 전 지사는 세 번의 국회의원과 두 번의 도지사를 모두 경기도에서 했었고 고향은 대구다. 이를 두고 호사가들 사이에서는 안 전 대표와 묵시적 단일화를 위한 홍 대표의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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