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방직이 지난해 매출 하락과 동시에 4년 만에 영업이익이 적자 전환됐다. <대한방직>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대한방직이 내우외환에 빠졌다. 오너 3세인 설범 회장이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뒤늦게 유죄판결을 받으면서 도덕성에 균열이 생긴 가운데, 회사마저 업황 부진의 직격탄을 맞게 됐다. 대한방직은 한때 재계 순위 5위에 올랐던 대한그룹의 옛 계열사로 65년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의 대표적인 방직기업이다. 최대주주인 설범 회장은 대한그룹 창업주인 설경동 전 회장의 직계 장손이다.

◇ 매출 2,000억도 위태위태… 영업이익도 적자 전환

동종업계 수출 1위인 대한방직이 불황의 그늘을 피하지 못한 모양새다. 노동 집약적 구조 등의 이유로 사양산업이라는 딱지가 붙은 방직업에서 3,000억에 가까운 연매출을 달성해오던 이 회사의 요즘 기류가 심상치 않다. 매출 감소와 동시에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적자의 늪에 빠졌다.

우선 그간 자신감을 보여 왔던 매출 부문이 위태롭다. 영업이익률과 같은 수익성과는 무관하게 해마다 많게는 3,000억원 이상을 적게는 2,500억원 가량을 기록했던 이 회사의 매출이 크게 떨어졌다. 3일 공시된 2017년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총 매출은 2,086억원. 이는 1,07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던 2000년 이후 18만에 거둔 최저 매출이다.

영업이익도 적자 전환됐다. 당기순손실이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영업이익 만큼은 흑자를 보존해 왔지만, 전체 매출이 줄면서 결국 4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지난해 영업적자 규모는 4년 전보다 15억원 늘어난 99억원을 기록했다.

최종 소득이라고 할 수 있는 당기순이익은 5년째 적자 행진이다. 특히 하락 곡선을 그리던 순손실 규모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점에서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해 대항방직은 9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무려 132% 감소한 규모다. 지속적인 당기순손실 탓에 1,000억원 향해 가던 이익잉여금은 8년 만에 32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 거짓으로 드러난 횡령액 반환… 도덕성에 균열

대한방직의 이 같은 현주소는 최근 불거진 오너 리스크와 맞물리면서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2005년 회삿돈 15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는 설범 회장이 또 다시 법의 심판을 받고 있는 상황. 지난 2월 서울남부지방법원은 1심에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혐의를 받는 설 회장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렸다.

설 회장의 혐의는 단순히 회삿돈을 횡령했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사안은 좀 더 심각성을 띠게 된다. 이미 같은 혐의로 2009년 유죄 판결(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받은 설 회장이 또 다시 재판장에 서게 된 건 그의 ‘거짓’이 뒤늦게 탄로 났기 때문이다. 당시 실형을 면할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 중 하나였던 횡령액 반환이 실제로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나중에서야 알려지게 된 것이다.

본지는 대한방직 측에 향후 실적 개선 방안과 설 회장의 항소 여부 등을 물었으나 회사 관계자는 “담당자가 부재에 당장 답변을 드리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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