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그룹 오너일가 소유의 옥산유통은 최근 2년 새 매출액이 100분의 1 이하로 급감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내부거래 및 일감 몰아주기는 우리 경제계의 오랜 병폐로 꼽힌다. 재벌 오너일가의 이익을 극대화시키는 대신 각종 시장 질서를 망가뜨리기 때문이다. 최근엔 이러한 문제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고 여러 규제 방안이 마련되면서 개선이 이뤄지고 있으나, 여전히 많은 곳에서 횡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내부거래 및 일감 몰아주기의 대표적 사례였던 옥산유통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 내부거래가 끊기면서 회사 실적도 곤두박질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쌓아온 실적 및 이익이 모두 부정한 방법에 의한 허상이었음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 100분의 1로 줄어든 매출액… 부메랑으로 돌아온 내부거래

옥산유통은 2015년 매출액 7,122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2016년 1,906억원으로 뚝 떨어지더니, 지난해에는 고작 66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고 말았다. 불과 2년 새 매출액이 100분의 1 이하로 줄어든 것이다.

일반기업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이례적인 일이다. 여러 사정으로 인해 영업이익 또는 당기순이익이 줄어들거나 적자로 돌아서는 일은 자주 있다. 하지만 매출액이 단기간에 100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기업의 영업활동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 다시 말해 폐업을 의미하는 수준이다.

옥산유통에선 2년 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먼저, 옥산유통이란 기업에 대해 살펴보자. 옥산유통은 GS그룹 일가인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 및 특수관계인들이 51%의 지분을 갖고 있다. 허세홍 GS글로벌 대표, 허준홍 GS칼텍스 전무 등 최근 점차 존재감을 높이고 있는 오너일가 4세들도 지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옥산유통의 주력 사업은 담배 유통업이었다. 외국 담배회사 필립모리스의 제품을 들여와 소매점에 유통했다. 핵심 손님은 다름 아닌 국내 3대 편의점 중 하나인 GS25였다. GS25는 GS그룹 계열사인 GS리테일이 운영하는 곳이다. (주)GS가 GS리테일의 최대주주고, 허광수 회장 등은 (주)GS 지분을 가진 오너일가다. 전형적인 내부거래 및 일감 몰아주기 행태로 안정적인 매출 및 수익을 올렸던 셈이다.

문제는 내부거래 및 일감 몰아주기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면서다. 옥산유통의 실태는 언론보도 등을 통해 지탄을 받았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옥산유통을 ‘총수일가의 사익 편취 규제 대상’으로 분류했다. 이에 부담을 느낀 필립모리스는 옥산유통과의 거래를 중단했다. 옥산유통 입장에선 더이상 GS25에 수입담배를 납품할 수 없게 됐을 뿐 아니라, 담배유통업 자체를 영위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처럼 내부거래를 기반으로 꾸준히 성장해온 옥산유통은 결국 내부거래로 인해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됐다. 7,122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던 2015년, 옥산유통이 GS리테일을 통해 올린 매출액은 2,292억원이었다. 전체 매출의 30%가 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2016년 3월 필립모리스 측이 계약을 해지하면서 그 해 GS리테일을 통한 매출액은 615억원으로 감소했고, 총 매출액도 1,906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지난해에는 아예 GS리테일을 통한 매출이 없었고 총 매출액은 66억원에 그쳤다.

7,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던 옥산유통이 다시 예전의 존재감을 갖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직원들의 상당수는 이미 회사를 떠났고, 새로운 사업을 영위할만한 여건도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옥산유통을 성장하게 해준 내부거래가 이제 쉽지 않게 됐다. 내부거래를 통해 재벌 오너일가의 작은 현금창고 역할을 하던 회사의 잔혹한 말로는 여러모로 많은 점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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