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대선후보에 선출된 지 1년여를 맞이했고,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아 전면에 나선 지 정확히 100일째다. 우여곡절 끝에 당권장악에 성공한 홍준표 대표의 정치생명은 지방선거에서 판가름날 전망이다. 지방선거까지는 두 달밖에 남지 않았다.

홍 대표의 중앙정치 복귀 과정을 돌아보면 그야말로 '기적'이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성완종 게이트’에 연루돼 1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은 그는 바람 앞의 촛불과 같은 신세였다. 정치적 식물인간 상태였던 홍 대표에게 기회는 찾아왔다. 아이러니하게도 보수의 궤멸을 초래했던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중앙정치 복귀의 초석이 됐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집권여당 지지율은 바닥으로 추락했고, 김무성 전 대표 등 당내 대선주자들의 탈당러시가 이어졌다. 잠재 대선후보군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남았던 홍 대표에게 기회가 주어졌고, 마침 ‘2심 무죄’라는 호재가 따라붙으면서 대선후보에 오르는데 성공했다.

◇ ‘홍준표당 만들기’에 올인

홍 대표는 대선에서 24.03%를 득표해 정권재창출에 실패했지만 한 자리까지 떨어졌던 당 지지율을 감안하면 나름 선방했다. 특히 중도보수층을 넘보며 세를 키워가던 안철수 후보를 이긴 것은 당의 와해를 막는데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홍 대표도 “허물어진 당 복원에 만족한다”고 자평했다. 정치권에서는 애당초 홍 대표가 대선승리 보다는 당권장악에 목적이 있다고 봤고, 실제 그는 행동에 옮겼다.

당대표 취임 후 홍 대표 행보는 사당화 논란을 낳았다. 후보시절부터 “자유한국당은 이미 홍준표당이 됐다”고 공언했던 그다. 김대식 여의도연구원장, 조진래 부원장을 부산 해운대을 재보선과 창원시장 선거에 각각 전략공천하는 등 공개적으로 측근들을 챙겼다.

반발하는 당내 인사들은 제명절차에 들어갔다. 류여해 전 한국당 최고위원과 정준길 전 대변인 등이 홍 대표에 반발하다가 제명된 케이스다. 중진의원들이 반발움직임을 보이자 “다음 총선 때는 강북 험지 차출을 추진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바른미래당의 한 의원은 “한나라당 대표시절 ‘내가 너 공천 안준데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홍준표 답다”고 했다.

◇ 벌써부터 차기대선 도전설

지난 대선 당시 홍준표 대표의 울산지역 유세 모습 <뉴시스>

지방선거를 앞둔 당내 분위기는 좋지 않다. 홍 대표의 독선적 행보도 있지만 그보다 ‘막말’이 더 심각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홍 대표는 “내가 언제 막말을 했느냐”며 펄펄 뛰지만, 원색적 단어선택과 직설화법의 조합은 정도가 지나친 측면이 있다. 보수층 바닥민심은 시원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불편함과 우려도 크다고 한다.

한국당의 한 중진의원은 “차기 대선주자였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성추문으로 몰락하는 엄청난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좀처럼 한국당으로 주도권이 넘어오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또다른 중진 의원도 “모두가 선거에 진다고 아우성 하는데 홍 대표만 아니라고 한다”며 “홍준표는 벌거벗은 임금님”이라고까지 폄하했다.

민주당 지지층은 홍 대표의 ‘막말’에 응원 아닌 응원을 보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층이 모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홍 대표의 발언이 담긴 기사에 “지금처럼만 하시길” “다음 대선에 꼭 출마해주세요” 등의 댓글이 달린다. 홍 대표 체제가 유지되는 게 민주당에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홍 대표의 자극적인 언사에 분노를 표출하며 부들부들 떨었던 과거의 반응은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다.

지지층뿐만 아니라 여권인사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기류는 지난해 말 있었던 홍 대표의 대법원 선고 전부터 감지됐다. 유죄선고로 인한 ‘변수’를 높이는 것보다 홍 대표의 한국당을 상대하는 것이 편하다는 얘기다. 정청래 전 의원은 무죄확정판결이 선고되자 “차라리 잘 됐다”고 했다. 홍 대표의 차기대선 도전 가능성을 들은 유시민 작가는 “정말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느냐. 그러면 우리는 고맙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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