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복 브랜드 '크로커다일레이디'로 유명한 패션그룹형지와 '베스띠벨리'로 알려진 신원이 지난해 엇갈린 성적표를 내놨다. <각사>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국내 여성복 시장의 양대산맥격인 형지그룹과 신원그룹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그룹 대표 계열사인 패션그룹형지가 녹록지 않은 경영 환경 속에서 실적 개선에 성공한 반면, 신원그룹은 악화된 대외 여건에 발목을 잡혔다.

◇ 자존심 지킨 ‘악어’… 까스텔바쟉 1,000억 매출 코앞

패션그룹형지가 여성의류 업계 1위의 자존심을 지켰다. 고객층이 일부 겹치는 글로벌 SPA 브랜드와 온라인 쇼핑몰의 공세 속에서도 지난해 괄목할만한 성적표를 거뒀다. 매출은 다소 주춤했으나 영업익이 증가하고 당기순이익이 흑자로 전환되는 등 뚜렷한 수익성 개선을 끌어냈다.

패션그룹형지는 여성 캐주얼 1위 브랜드인 ‘크로커다일레이디’와 ‘올리비아하슬러’ 등을 보유하고 있는 형지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지분 87.95%를 확보하고 있는 최병오 회장이 최대주주다. 최 회장의 장녀이자 남성복에 주력하고 있는 또 다른 계열사인 형지I&C 최혜원 대표가 2대 주주(7.32%)로 올라있다.

매출은 5,000억원대를 유지하면서 비교적 선방한 편이다. 전년 대비 2% 감소한 5,042억원을 달성했다. 반면 영업이익(337억)이 늘면서 수익성이 개선되는 효과를 봤다. 지난해 이 회사의 영업이익률은 6.7% 가량으로 전년 대비 2.2% 신장됐다. 2016년 갑작스레 빠졌던 당기순손실(23억)의 수렁에서도 완전히 탈출했다. 지난해 총 113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면서 7년 만에 최대 실적을 거두게 됐다.

패션그룹형지가 지배하고 있는 종속기업들의 활약도 돋보인다. 2015년 3월 선보인 골프웨어브랜드 ‘까스텔바쟉’을 전개하는 (주)까스텔바쟉은 런칭 3년 만에 매출 1,000억원을 목전에 두고 있다. 지난해 매출 규모는 전년 대비(8~12월) 151% 신장된 84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두 배 이상 늘어난 120억원을 찍었다.

까스텔바쟉의 매서운 성장은 배우 이하늬를 앞세운 패션그룹형지의 마케팅 전략과 3조원대 시장으로 성장한 골프의류 업계의 변화 등 시장 호재가 겹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 ‘페이퍼 컴퍼니’ 의혹 티앰엔… 또 다시 매출 ‘제로’

이와는 반대로 크로커다일 못지않은 인지도를 갖고 있는 ‘베스띠벨리’의 신원은 지난해 고전을 면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5년 만에 다시 영업이익이 10억원 밑으로 떨어졌다. 200억원대 흑자를 향해 달려가던 신원그룹으로서는 급격한 후퇴다. 58억원에 이르던 당기순손실 규모도 98억원까지 확대됐다.

신원 측은 “개성공단 중단으로 신규 생산처 개발에 따른 매출원가 상승”과 “4분기 급격한 환율하락에 따른 환차손” 등을 실적 하락의 원인으로 꼽았다.

이번 신원의 실적 보고서에서 눈길을 끄는 건 최대주주인 ‘티앰엔커뮤니케이션즈’(28.38%‧이하 티앰엔)의 근황이다. 박성철 회장이 1대 주주(39.22%)로 있는 이 회사는 표면적으로 광고대행 업무를 수행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지난 수년간 매출이 전혀 발생하지 않아 페이퍼컴퍼니라는 의혹을 받아왔다. 일각에서는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두 아들인 박정빈 신원 부회장과 박정주 대표이사로의 승계를 염두해 둔 회사라는 눈총을 보냈다.

실제 목사로 알려진 장남 박정환 씨를 포함해 신원 2세들은 티앰엔의 주요 주주로 등재돼 있다. 차남인 박 부회장이 20.03%를 보유해 부친인 박 부회장의 뒤를 잇고 있으며, 3남 박 대표가 12.73%를 확보하고 있다. 박정환(13.14%) 씨도 4대 주주다. 티앰엔은 코스피 상장사인 신원과 달리 비상장사라 지분 승계 등 정보 공개에 있어서 자유로운 편이다.

이처럼 석연찮은 구석이 많은 티앰엔은 2014년부터 이듬해까지 매출이 발생하면서 페이퍼펌퍼니라는 의혹은 잠시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2016년부터 ‘매출 제로’ 현상은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고, 지난해 역시 달라진 건 없었다. 7,100만원의 영업적자와 6억원의 순손실만 떠안았다.

이와 관련 신원 관계자는 “티앰엔은 더 이상 광고 업무 등 사업을 진행하지 않고 있으며, 일종의 지주회사 성격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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