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선 회장·정교선 부회장, 계열사간 순환출자 지분 직접 매입

현대백화점그룹 순환출자 해소 전•후 지분도. <현대백화점 제공>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현대백화점그룹이 순환출자구조를 해소해 지배구조 투명성을 강화하게 됐다.

현대백화점그룹은 5일 그룹 내 순환출자 구조를 완전히 해소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인 현대그린푸드와 현대쇼핑(부동산 임대업 영위)은 이날 오후 각각 이사회를 열어 순환출자 해소 등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안건을 의결했다.

이번 순환출자 해소는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과 정교선 부회장이 직접 계열사간 순환출자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선, 정지선 회장은 현대쇼핑이 보유한 현대A&I 지분 21.3%(5만1,373주)를 매입해 ‘현대백화점→현대쇼핑→현대A&I→현대백화점’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했다. 또한 정교선 부회장은 현대쇼핑이 보유한 현대그린푸드 지분 7.8%(757만8,386주)를 매입해 ‘현대백화점→현대쇼핑→현대그린푸드→현대백화점’으로 이어진 출자고리를 끊었다.

두 개의 순환출자 고리가 해소되면서 ‘현대백화점→현대쇼핑→현대그린푸드→현대A&I→현대백화점’으로 이어지는 마지막 순환출자 고리도 자동으로 해소됐다.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이 각각 은행 차입과 보유 계열사 지분 매각을 통해 순환출자 고리 해소 자금을 마련했다.

이번 지분 거래를 통해 정 회장의 현대A&I 지분은 52%에서 73.4%로 늘어났다. 정 부회장의 현대그린푸드 보유 지분이 기존 15.3%에서 23.0%로 증가했다. 현대홈쇼핑의 최대주주도 기존 현대백화점(15.8%)에서 현대그린푸드(15.5%→25.0%)로 변경됐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계열사간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정지선 회장과 정교선 부회장이 재원마련과 세금 부담에도 불구하고, 사재를 출연해 직접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을 택한 것은 주주권익 강화와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 등 높아진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고 강조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주주권익 보호와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올 3월부터 현대백화점 등 주요 상장 계열사 이사회 내에 감사위원회·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보상위원회·내부거래위원회 등 위원회도 신설해 운영 중에 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현대백화점그룹은 이번 지배구조 개편과 함께, 그룹 IT 사업부를 현대그린푸드에서 물적 분할해 별도 IT 법인인 '현대IT&E(현대아이티앤이)'를 신규 설립하기로 했다. 현대그린푸드는 5일 이사회를 열고 IT 사업부를 지분 100%를 보유한 완전 독립된 IT 전문회사로 분사키로 했다고 공시했다.

IT와 엔터테인먼트를 의미하는 현대IT&E에는 기존 IT사업부 외에 새로 'VR(가상현실) 전담 사업부'가 만들어진다. IT사업부는 기존 그룹 전산관리 작업 외에 유통 관련 IT 신기술 개발 운영, 디지털 헬스케어, 클라우드 운영 대행서비스 등 다양한 IT 관련 신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VR사업부의 경우 현대백화점이 운영하는 현대아울렛과 유동 인구가 많은 전국 주요거점 등에 대규모 VR테마파크를 조성, 운영하는 업무를 맡게 된다. 이를 위해 현대백화점그룹은 현재 국내 VR중소기업 및 해외 VR전문업체들과 협업을 진행 중이다. 이르면 올 10월경 VR테마파크 1호점을 오픈할 계획이며, 향후 2년내 10여 개 이상의 VR테마파크를 연다는 구상이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기존 IT사업부 매출의 대부분은 그룹 전산관리라는 IT업무 특성상 내부 매출 비중이 높았지만, 이번 IT사업부 분사로 인해 유통관련 IT 및 VR사업 등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하게 돼 내부거래 의존도가 대폭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차세대 유망사업으로의 적극 진출과 사업 전문성 강화를 통해 현대IT&E를 IT전문회사로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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