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4명이 잇따라 사망한 사건과 관련,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3명이 구속되자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신생아 4명이 잇따라 사망한 사건과 관련,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3명이 구속되자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의료계가 주장하는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선의의 의료행위를 했던 의료진들을 사건 발생 후 4개월이나 지나서 구속을 한다는 것이 지나치다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이번 사건은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당국과 열악한 의료환경에서 비롯된 것으로, 꼬리자르기 식 수사는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첫 번째 주장과 관련해서는 수사기관의 발표가 있자마자 구속영장을 청구했더라도 비난이 빗발쳤을 것이라 짐작된다. 또한 모든 의료행위는 선의의 행위다. 문제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의료진들이 안전규율을 명백히 어겼다는 것이다. 다만 과거에는 이처럼 명백히 과실이 드러나는 사건이 드물었을 뿐이다. 

두 번째 주장에서도 저수가 및 열악한 의료환경과 관련해서는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경영진과 당국 역시 책임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은 재발방지 차원에서라도 힘이 실리고 있다.

◇ 환자단체연합회 “병원 조직적 개입 여부 조사해야”

지난 4일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A교수와 B교수, 수간호사 C씨가 구속되자 의료계는 일제히 반발했다. 대한의사협회를 시작으로 대한산부인과협회, 소아청소년과의사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까지 “의료진들의 구속은 지나치다”며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여론의 눈치를 보고 정치쇼를 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대목동병원은 자체 지침을 두고 지질영양제 개봉 시 바로 사용하도록 하고, 불가피한 경우에만 2~8도에서 보관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구속된 의료진들은 지질영양제 1병을 주사기 7개에 나눠 담고, 5개를 상온(24~28도)에서 5~8시간 보관한 뒤 신생아 5명에게 투여했다. 이 가운데 4명이 이튿날 숨졌다.

의료계는 또 이 사건이 열악한 의료환경에서 비롯됐다며 당국의 책임을 묻고 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대한민국의 어려운 의료 환경 속에서 묵묵히 진료를 해오던 의료진이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라며 “의사의 처벌로 여론을 얼버무리려 한다면 위험한 의료행위를 더욱 기피하게 만드는 역효과만 야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같은 의료계의 주장이 사실과 전혀 다르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지난 1월 신생아들의 부검 결과가 나온 후부터 이번 사건이 저수가 문제와는 관련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협회는 “유족의 주장과 언론기사, 수사 결과 등을 종합하면 이번 사건은 저수가나 의료인력 부족으로 발생한 것이 아닌 병원의 과도한 이윤 추구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더욱이 이대목동병원은 ‘스모프리피드’를 성인 용량 1병만 구입하고서는 소아 등에게 사용하기 위해 5개 주사기로 나누고 이를 5병을 구입했다고 심평원에 허위청구까지 했다”면서 “심평원은 의료계의 주장과 달리 스모프리피드를 일부 용량만 사용하고 잔여물을 폐기하더라도 한 병 전체 청구시 삭감하지 않고 지급했다고 밝혔다”며 “결국 저수가나 인력 문제가 아닌 불법행위가 근본 원인”이라고 말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이번 사건의 원인으로 저수가나 인력 부족이 아닌 이대목동병원의 과도한 이윤 추구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뉴시스>

협회는 또 “처음부터 스모프리티드 한 병에서 신생아에게 필요한 용량만큼 사용하고 나머지는 폐기했다면 신생아들은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보건복지부는 이대목동병원에 대한 신속한 현지조사를 실시하고 간호사 개인에 의해 우연히 발생한 것인지 병원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진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유가족들, 반발하는 의료계에 대응 방침

의료단체들이 줄줄이 성명을 발표하며 의료진 구속을 비판하자 유가족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명백히 과실이 드러났음에도 ‘저수가’ ‘의료환경’ 등을 운운하며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것이다. 유가족들은 구속이 지나치다는 의료계의 주장은 특권의식일 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유족들은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4명에 대한 구속영장심사가 열린 지난 3일, 의료 단체 관계자들의 기자회견과 시위를 보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이날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과 이대목동사건 대책위원회 간호사들은 병원과 보건복지부의 책임을 물으며 구속영장 기각을 촉구했다. 이에 유족들은 ‘우리를 똑바로 보고 말하라’며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더욱이 유족들은 한 번도 책임자들이 진정으로 사과하거나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명백히 규율을 어겼음에도 시스템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의료계의 반발이 점점 거세지자 결국 유가족들은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아울러 시민단체들도 병원장을 비롯한 경영진과 보건 당국의 책임을 물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지난 1월 15일 건강보험정책을 심의·의결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위원 25명을 직무유기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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