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1심 선고에서 징역 24년에 벌금 180억원을 선고 받았다. <뉴시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 1심 선고에서 징역 24년에 벌금 180억원을 선고받았다. 특히 18개 혐의 중 13개 혐의가 대기업과 연루, 인정된 뇌물 총액만 230억원이 넘었다. 그러나 가장 관심을 모았던 삼성의 부정한 청탁과 관련해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반면 롯데와 SK의 경우 부정한 청탁을 인정하면서 향후 이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 ‘뇌물공화국’ 방불케 한 박근혜 1심 선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6일 오후 2시10분 박 전 대통령의 1심 선고에서 “피고인은 기업들에게 지원금을 강요하고 사기업의 인사권에 개입하는 등 기업 경영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했다”면서 “또한 최(순실) 씨에게 이권을 챙기게 하고 정치적 성향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등 국정질서를 혼란에 빠뜨렸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의 혐의 대부분은 직권남용과 강요죄, 뇌물 등으로 구성돼 있다. 우선 재판부는 전경련 소속 18개 그룹에게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지원금 출연을 강요한 행위에 대해 강요죄와 직권남용을 모두 인정했다. 재판부는 미르재단이 설립되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중국 리쿼창 총리 방한 열흘 전 급작스럽게 안종범 등에게 재단 지원금 출연을 지시했다”면서 “안 전 수석은 부랴부랴 전경련에 대통령 지시사항이라고 전하며 기업들의 출연을 강요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에 많은 기업들이 재단의 수익성이나 사업에 대한 검토 등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지원금을 출연했다”면서 “대통령과 경제수석이라는 자리는 기업의 존립과 활동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졌다. 기업들이 이를 거절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개별 기업에 대한 직권남용 및 강요죄 혐의와 관련해서도 모두 유죄가 인정됐다. 이와 연루된 개별 기업들로는 현대차(KD코퍼레이션에 납품 계약 강요, 플레이그라운드에 광고 발주 강요), 롯데그룹, 포스코, KT, 삼성, CJ 등이다.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의 단독면담에서 K스포츠재단에 70억원 추가로 지원할 것을 강요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포스코 권오준 회장과의 단독면담에서는 배드민턴 팀 창단을 요구하고 이를 위해 최순실이 운영하는 더블루케이와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하도록 강요했다고 봤다. 실제로 롯데그룹은 70억원을 추가로 지원했고 포스코 역시 펜싱팀을 창단하고 더블루케이와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했다.

KT와 관련해서도 최순실과 안종범 전 수석과 공모해 최씨 지인 2명을 채용하도록 강요하고, 최씨가 운영하는 플레이그라운드에 광고 발주를 강요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황창규 회장은 안 전 수석에게 이 같은 대통령 지시사항을 들었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면서 “또한 최씨 지인들을 채용하기 위해 없는 부서까지 만들어서 채용을 했다”고 말했다.

삼성 역시 강요 피해자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안종범 수첩 등 증거에 따르면 피고인은 이재용 부회장과의 단독면담에서 영재센터에 지원금 출연을 강요했다”면서 “삼성으로서도 이를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강요죄와 직권남용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혐의 및 1심 선고 유·무죄 결과. <시사위크>

◇ 핵심쟁점 부정청탁... ‘롯데 절망’ ‘SK 당혹’ ‘삼성 안도’

그러나 가장 쟁점이었던 삼성의 뇌물과 관련해서는 사실상 무죄가 선고됐다. 일부 단순뇌물의 경우 유죄가 인정됐지만, ‘승계작업’ 등 현안과 관련해서는 대가성이 없다고 봤다. 반면 롯데와 SK는 묵시적으로 대가성이 인정됐다.

재판부는 롯데그룹의 제3자 뇌물수수와 관련해 “피고인이 롯데면세점 등 현안과 관련해서 명시적으로 언급했다고 보긴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안 전 수석 등을 통해 롯데 측의 애로사항 등을 지속적으로 챙겼고 그 직후 단독면담 일정이 잡힌 후 K스포츠에 70억원의 지원금을 출연했다”면서 묵시적 청탁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또 SK와 관련해서는 “SK가 단독면담을 위해 준비한 자료를 볼 때 최태원 회장 동생 가석방과 CJ 헬로비전 인수·합병 등을 피고인에게 이야기한 것이 인정된다”면서 “피고인은 SK 현안에 대해 인식하고 있었고, 최 회장과의 단독면담을 통해 더 명확하게 인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삼성과 관련해서는 최씨의 딸 정유라에 대한 승마지원 중 말 소유권과 용역대금 지원만 뇌물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작업과 관련해 “검찰은 승계작업과 관련해 포괄적인 현안과 이를 이행하기 위한 개별적인 현안과 관련해 묵시적인 청탁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포괄적인 현안이라고 하더라도 형사책임을 논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돼야 한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설령 승계작업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이를 뚜렷하게 인식하고 대가성이 있다고 인식해야 한다”면서 “검찰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와 관련해 묵시적인 청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영재센터 지원과 미르·K스포츠재단과 관련해서는 뇌물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한편 이 외에도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이미경 CJ 부회장의 퇴진을 강요했다고 보고, 강요 미수죄를 인정했다. 아울러 최 씨에 대한 공무상 비밀누설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와 문체부 공무원들에 대한 인사권 남용과 관련해 모두 직권남용과 강요죄가 인정됐다. 또 하나은행 임직원의 인사개입과 관련해서도 최 씨의 지인을 취업시키기 위해 안 전 수석을통해 하나금융에 압박을 가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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