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그룹의 내부거래 실태가 지난해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한국타이어그룹의 내부거래 실태가 지난해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가 경제민주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구속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돈기업인 한국타이어그룹은 이러한 흐름에 역행하는 모습이다.

◇ 경제민주화 시대 흐름 ‘외면’

엠프론티어는 한국타이어그룹의 시스템통합관리(SI) 서비스 계열사다.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가 40%의 지분을 갖고 있고, 나머지는 오너일가 3세들이 보유하고 있다. 장남인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사장과 차남이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위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이 나란히 24%를 보유 중이며, 장녀 조희경 씨는 12%를 보유 중이다.

엠프론티어가 지난해 그룹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를 통해 올린 매출액은 473억이다. 2016년 내부거래 매출액인 860억원에 비하면 큰 폭으로 줄어든 모습이다.

하지만 감소한 것은 내부거래 매출액만이 아니었다. 엠프론티어는 총 매출액도 2016년 1,051억원에서 지난해 621억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총 매출액과 내부거래 매출액이 같은 추이를 보인 것이다. 때문에 총 매출액에서 내부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016년 81%였던 것이 지난해 76%로 5%포인트 소폭 감소했을 뿐이다. 여전히 70% 중반 이상의 높은 내부거래 비중을 보이고 있다.

내부거래 실태가 달라지지 않은 것은 또 다른 계열사 신양관광개발도 마찬가지다.

건물 및 시설관리, 부동산임대업 등을 영위하는 신양관광개발은 한국타이어그룹 오너일가 3세 4남매가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조현식 사장이 44.12%로 지분이 가장 많고, 조현범 사장은 32.65%를 보유 중이다.

신양관광개발은 100% 내부거래 기업으로 유명한데, 지난해에도 오로지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와 한국타이어를 통해서만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총 매출액은 23억원 규모다. 한국타이어그룹이나 오너일가의 재산규모를 생각하면 작은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구조에 있다. 엠프론티어와 신양관광개발은 한국타이어그룹이 사업을 영위하는데 있어 반드시 필요한 영역을 통해 수익을 올린다. 특별한 기술력이나 별도의 영업을 필요치 않다. 일종의 ‘기생’을 하는 셈인데, 이를 통해 올린 수익은 모두 오너일가 3세에게 향한다. 사실상 오너일가 3세만을 위한 구조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내부거래 및 일감몰아주기 행태는 그동안 우리 경제계의 대표적 병폐로 지적돼왔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가장 주목하는 문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특히 지난해 7월엔 내부거래 및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확대되는 등 법적 규제도 강화됐다. 이에 최근엔 많은 기업들이 해당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발등에 불이 떨어진 듯 서둘러 조치에 나선 기업들과 달리, 한국타이어그룹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엠프론티어와 신양관광개발의 지난해 실적이 이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