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좌)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중), 김기식 금감원장(우)은 참여연대 출신 재벌개혁 트로이카로 불린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청와대가 두 가지 의혹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종 재가한 김기식 금감원장의 이른바 ‘황제외유’ 논란과, 한미연구소장 인선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블랙리스트’ 의혹이 그것이다. 김기식 원장의 황제외유는 보수야당에서, 블랙리스트 의혹은 주로 보수언론에서 집중공세를 펼치고 있는 양상이다.

김기식 원장이 국회의원 시절 피감기관의 비용으로 해외출장을 간 것은 총 세 차례다. 2014년 한국거래소 부담으로 우즈베키스탄을 다녀왔으며, 2015년에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부담으로 미국과 유럽 현장점검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2015년에도 우리은행의 제공으로 중국과 인도 일정을 소화했다.

◇ ‘황제외유’ ‘한미연 인사개입’ 의혹에 청와대 발끈

특히 2015년 일정에는 비서와 동행했는데, 야권은 ‘여비서’라는 프레임을 씌워 공세를 높이고 있다. 또한 해당 비서는 인턴 때 동행해 7급까지 고속으로 승진했다고 야권은 주장한다. 명시적으로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황제외유’ ‘여비서’ ‘고속승진’ 등의 단어에서 ‘미투’사건을 연상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읽힌다.

김 원장은 고개를 숙였다. 피감기관 비용으로 출장을 다녀온 것은 “국민 눈높이에서 부적절 했다”는 점에서다. 다만 로비성이나 외유성 없는 “공적 출장”이었다는 게 그의 해명이다. 청와대도 같은 입장에서 김 원장을 감쌌다. 추가적으로 김 원장의 비위사실이 나타나지 않는 한 “철회는 없다”는 게 청와대의 입장이다.

또 다른 의혹은 한미연구소 소장 교체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설이다. 한미연구소는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국제관계대학원 산하 연구기관이다. 38노스 사이트를 운영했으며, 연간 예산의 70% 수준인 20억 원을 대외정책연구원이 지원했다. 대외정책연구원은 국무조정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감독한다. 문제는 청와대가 보수성향의 한미연구소 소장 교체를 압박했고, 급기야 20억원의 예산을 중단시켰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부적절한 개입”이라는 로버트 갈루치 한미연구소 이사장의 인터뷰가 나오면서 확산됐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김기식 금감원장 의혹과 관련해 문제가 없다는 민정수석실의 결론을 전하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청와대의 해명은 다르다. 이미 지난해 8월부터 한미연구소의 실적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다는 것이다. 2006년부터 총 200억여원의 국민혈세가 투입됐음에도 성과가 없어 개혁대상이었다는 것. 더구나 지원중단은 국회가 여야합의로 지난해 예산안 부대의견으로 넣었으며, 이에 따라 데드라인인 3월 31일까지 변화가 없었기에 중단했다는 게 청와대의 입장이다.   

◇ 참여연대 트로이카 노렸나

두 의혹에 공통적으로 연관되는 인물은 김기식 금감원장이다. 이른바 ‘황제외유’ 의혹은 물론이고, 한미연구소 소장 인선도 간접적 관계가 있다. 대외정책연구원에 한미연구소의 개혁을 강하게 주문한 인사로 지목되는 홍영표 청와대 정책실 선임행정관이 김 원장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 출신이라는 점에서다. 김 원장은 국회의원 시절 정무위에 소속돼 대외정책연구원의 한미연구소 문제를 제기했던 전례가 있다.

김 원장과 홍 행정관의 관계를 넓혀보면 참여연대로 이어진다. 두 사람은 1999년부터 6년 간 참여연대에서 활동했으며 김 원장이 홍 행정관의 직속상관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나아가 김 원장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함께 참여연대 출신 재벌개혁 트로이카로 분류됐던 인물이기도 하다. 현재 홍 선임행정관의 청와대 내 직속상관이 장하성 실장인 것도 같은 참여연대 출신이라는 점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이번 의혹의 본질을 참여연대 출신 재벌개혁 인사들의 힘을 빼려는 노림수로도 읽는다. 이미 김상조 위원장 취임 후 재계가 살얼음판을 걷는 상황에서 김 원장의 가세를 결코 반기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다. 박근혜 정부 당시 추진됐던 이른바 원샷법(기업활력제고법) 처리 정국에서 “이재용 특혜법”이라고 외치며 막판까지 반대했던 인물이 김 원장이다.

이미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에서 그 효과가 나오고 있다. 이번 사건은 삼성증권에서 ‘실수’로 입력된 유령주식이 시장에 매매까지 된 초유의 사태다. 무엇보다 유가증권 시장의 근간을 뿌리째 흔든 충격적 사건과 다름없다. 김 원장도 “단순실수로 보기 어렵다”며 강공을 예고했다. 그러나 ‘황제외유’ 의혹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으면서 초점이 흐려졌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본인의 도덕성부터 문제가 있는 김 원장이 삼성증권 사건을 엄중히 조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김기식 카드’를 그대로 밀고 가기로 했다. 9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해외출장 건들은 모두 공적인 목적으로 이뤄졌으며 적법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국민기대와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은 겸허하게 받아들이나 해임에 이를 정도로 심각하다고 판단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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