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9일 오전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 미세먼지 측정소를 방문해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에게 미세먼지 측정 장비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이 오는 6월 지방선거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박원순 현직 서울시장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안 위원장에게 필요한 중도보수표를 흡수하기 위해서는 박 시장만 정조준할 것이 아니라 자유한국당 유력 후보인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염두에 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안 위원장은 9일 '바꾸자! 맑은 서울로'를 주제로 내걸고 서울 마포구의 미세먼지 측정소인 마포아트센터를 찾아 현장점검을 했다. 안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서울의 미세먼지 실태에 대해 "재난적 위기상황"이라며 그동안 서울시의 정책 실정을 부각하기도 했다.

이날 행보는 지난주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 서초구 재활용센터,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에 이은 네 번째 현장 방문이다. 각 현안에 대해 모두 서울시의 미흡한 정책을 비판했으며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면서 박 시장을 정면 겨냥했다.

다만 안 위원장이 너무 박 시장만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박 시장의 본선행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 내 또 다른 후보인 박영선-우상호 의원은 물론이고 자유한국당 김문수 후보를 등한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안 위원장은 민주당 박영선, 우상호 의원에 대해서는 무시전략을 취하고 있다. 지난 5일 구의역 방문 후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들에 대해 "경선에서 이길 가능성이 낮은 분들"이라고 평가절하한 것도 박 시장에게 화력을 집중하겠다는 의도다.

이는 지난해 19대 대통령선거에서 당시 안 후보가 '문재인 때리기'에 집중했던 것과 유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안 위원장은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의 '양자대결'을 상정하며 대선에 임했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나 이재명 성남시장 등 민주당 후보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 지선에서 한국당 후보에 대한 전략도 대선 때와 유사하다는 평가다. 안 위원장은 한국당 대선후보였던 홍준표 대표에 대해서는 문 후보와 비교해 낮은 수위의 공세를 펼쳤다. '홍찍문(홍준표 찍으면 문재인 된다)'을 내세우며 사실상 본격적인 공세에 나선 시기도 선거막판 지지도가 홍 대표와 역전되면서다.

현재 안 위원장은 김문수 전 지사에 대해 서울시장 출마선언을 했던 지난 4일 "서울에 살지 않은 분이 갑자기 서울시장으로 나오는 것은 서울시민에 대한 아주 큰 실례"라고 지적한 이후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 지지층의 이탈 가능성이 적은 상황에서 안 위원장이 노려야 할 표가 중도보수층이란 점을 감안하면 한국당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공세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는 이유다.

지난해 9월 공개됐던 국민의당 대선 보고서에도 '당시 집중해야 할 상대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아닌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였지만, 오히려 선거 기간 내내 모호한 정책 태도를 보여 패했다'는 내용이 포함되기도 했다.

실제로 안 위원장의 지지도가 최고치를 찍어 문재인 대통령과 박빙을 이루던 지난해 4월 홍 대표의 지지도는 아직 한 자리에 불과했다. 이후 한국당에 대한 고삐를 느슨하게 한 사이 TV토론회 등을 거치면서 안 위원장을 지지했던 보수층이 한국당으로 결집하며 안 위원장은 3등으로 내려앉았다.

바른미래당 한 관계자는 "지난 대선에서 한국당에 대한 대응이 늦었던 것이 패배의 한 요인"이라며 "이번에는 김 전 지사를 전력 공세해서 보수표를 가져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