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최근 판매재개를 본격적으로 앞두고 있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지난 6일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지난 일에 대한 사과와 반성의 뜻을 전하고, 앞으로 계획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이날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측은 여러 차례 사과의 뜻을 밝혔다. 또한 신뢰 회복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각각의 구체적 내용은 르네 코네바아그 총괄사장과 마커스 헬만 총괄사장이 직접 설명에 나섰고, 마티아스 뮐러 폭스바겐그룹 회장이 ‘영상편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하지만 질의응답 시간은 그리 충분하지 않았다. 르네 코네바아그, 마커스 헬만 총괄사장은 개인일정을 이유로 약 30여분 만에 자리를 떴다. 지난 침묵의 시간을 고려하면 아쉬운 모습이었다.

이를 인지했는지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측은 추가질문을 남겨주면 추후 답변을 보내주겠다고 안내했다. 이에 기자는 요하네스 타머 전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회장에 대한 질문을 남겼다.

요하네스 타머 전 회장은 배출가스 조작사건과 관련해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그러나 재판이 시작되기 직전 돌연 독일로 건너가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재판이 전면 중단된 상태인데, 요하네스 타머 전 회장 측은 건강 등을 이유로 귀국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전해진다.

기자의 질문은 요하네스 타머 전 사장의 부적절한 행보에 대한 회사 차원의 입장과 재판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협조할 계획이 있는지 여부다. 전직 임원, 그것도 대표였던 만큼 이에 대한 회사의 입장이 중요하고, 또 협조가 가능한 부분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남긴 질문이었다.

늦은 밤 이메일을 통해 받은 답변은 짧았다.

“요하네스 타머 전 사장 개인 소송 건은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와 별개의 건으로 진행된다. 따라서 요하네스 타머 전 사장 소송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는 점 양해 부탁드린다.”

법적으로는 틀린 말은 아닐지 모르겠다. 하지만 요하네스 타머 전 사장이 기소된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사장으로 활동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음주운전을 하거나, 범죄를 저질러 기소된 것이 아니다. 회사 경영에 잘못된 부분이 드러났고, 사장으로서의 책임을 묻기 위해 기소된 것이다. 만약 그가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이 아니었다면, 기소될 이유가 전혀 없다.

따라서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측의 답변은 무책임 그 자체다. 최소한의 양심도 찾아볼 수 없는 답변이다. 홀연히 떠나버린 요하네스 타머 전 사장과 다를 바 없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지난 일을 해결하는데 집중해왔다고 밝혔다. 이 역시 거짓이다. 지난 일을 해결하는데 있어 핵심은 법적 책임을 가리는 것이다. 그러나 잘못을 저지른 시점의 회사 사장은 아직 어떠한 법적 책임도 지지 않은 채 재판을 회피하고 있다.

요하네스 타머 전 사장의 재판이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조작 여부’에 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배출가스 조작사건은 단순히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결함의 문제가 아니다. 제품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닌, ‘조작’을 통해 소비자와 정부당국을 기만한 행위가 핵심이다.

하지만 요하네스 타머 전 사장은 실무직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반면, 실무직원들은 경영진 차원의 적극적인 지시를 주장했다. 또한 수사당국 등은 독일 본사차원의 개입 여부에 대해서도 의문을 품은 바 있다. 여러 여건 상 수사에 한계가 있었지만 말이다.

이 진실은 상당히 중요하다. 리콜을 통해 차량을 정상화시키는 것과 다른 차원의 문제다. 누가,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 가려내야 그에 따른 처벌을 할 수 있고, 그것이 사태의 완전한 해결이 된다.

물론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입장에선 답답할 수 있다. 강제로 그를 데려올 권한이 없으니 말이다. 또한 요하네스 타머 전 사장이 정말 억울할 수도 있고, 정말 질병이 심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요하네스 타머 전 사장의 소송과 무관하다”는 말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아우디와 폭스바겐은 이제 본격적인 판매재개를 앞두고 있다. 두 브랜드가 지닌 위상을 고려하면, 금세 예전의 판매실적을 회복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할 것이 있다. 잘못된 과거를 깨끗하게 해결하지 않은 이들에게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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