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한 시나리오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당신의 부탁’이 베일을 벗었다. < CGV아트하우스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201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나리오로 완성된 영화 ‘당신의 부탁’(감독 이동은)이 베일을 벗었다. ‘환절기’를 통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하며 연출력을 인정받은 이동은 감독과 탄탄한 연기력에 티켓파워까지 갖춘 배우 임수정이 만났다.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되고 제24회 브졸국제아시아 영화제에서 넷팩 심사위원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당신의 부탁’. 관객들의 마음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지극히 ‘주관적’ 주의)

◇ 시놉시스

“제가 엄마는 처음이라서요.”

2년 전 사고로 남편을 잃은 서른두 살 효진(임수정 분)은 그녀의 절친 미란(이상희 분)과 동네 작은 공부방을 운영하며 혼자 살아간다.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효진 앞에 어느 날 갑자기 남편의 아들인 열여섯 살 종욱(윤찬영 분)이 나타난다.

함께 지내던 외할머니의 투병으로 오갈 데가 없어진 종욱과 그의 엄마가 돼달라는 당황스러운 부탁을 받은 효진. 효진은 고민 끝에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종욱의 엄마가 되기로 결심하는데… 두 사람은 ‘진짜’ 가족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배우 임수정과 윤찬영이 ‘당신의 부탁’에서 연기 호흡을 맞췄다. < CGV아트하우스 제공>

▲ 억지 없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스토리 ‘UP’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영화가 가지고 있는 전체 결이 마음에 들었다. 효진의 담담한 일상으로 정말 예기치 않게 남편의 16살 아들 종욱이 들어온다. 자연스럽게 두 사람이 같이 지내며 서로에 대한 감정의 변화를 담담히 보여주는 전체적인 시나리오의 결이 사람의 마음을 사르르 스며들게 만들었던 것 같다. 나도 모르게 그 내용에 빠져들게 됐다.” (배우 임수정)

‘당신의 부탁’의 가장 큰 미덕은 ‘자연스러움’이다. 세상을 떠난 남편의 아들에게 엄마가 돼주고자 결심한 효진은 종욱과 가까워지기 위해 억지로 다가가거나 ‘마음 열기’를 강요하지 않는다. 반대로 남편을 원망하며 종욱을 미워하거나 구박하지도 않는다. 함께 생활하는데 지켜야 할 몇 가지 규칙만을 제시할 뿐이다.

사춘기 소년인 종욱도 이유 없는 반항을 한다거나 크게 사고 치는 일은 없다. 효진의 속을 태우는 사건이 있긴 하지만 큰 갈등을 불러일으킬 만한 정도는 아니다. 물론 여느 사춘기 아들과 마찬가지로 살갑지도 않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두 사람이 한 집에 살며 진짜 가족으로 거듭나는 과정은 급하지도, 억지스럽지도 않다. 효진과 종욱이 조금씩 가까워지고 천천히 서로를 향한 마음을 열어가는 모습은 어떠한 드라마틱한 효과나 사건 없이도 충분히 공감을 일으키고 따듯한 감동을 선사한다.

자연스럽게 흘려가는 영화 ‘당신의 부탁’ < CGV아트하우스 제공>

이러한 영화의 자연스러운 ‘결’은 엔딩까지 이어진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엄마”라고 부르는 종욱의 모습을 볼 수는 없지만 함께 걸어가는 두 사람의 모습은 평범한 일상 속 따듯한 엄마와 아들 사이, 그 자체다. 또 언젠가 종욱이 ‘엄마’ 효진에게 토라진 여자친구의 마음을 풀어줄 방법을 물으며 연애상담을 할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품게 만든다.

배우들의 열연도 극의 깊이를 더한다. 먼저 데뷔 후 처음으로 엄마 역할을 소화한 임수정은 섬세하고 자연스러운 연기로 자신만의 특별한 ‘엄마’를 완성해냈다. 남편에 대한 그리움과 쉽지 않은 관계들로 빼곡한 상황에서의 감정을 능숙하고 안정적으로 연기했다. 또 죽은 남편의 아들을 갑자기 떠맡게 된 복잡하고 미묘한 심정을 과하지 않게 절제된 연기로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윤찬영의 활약도 칭찬할만하다. 아빠의 애인이었던 낯선 여자를 엄마로 맞게 된 소년의 고민과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종욱의 복잡한 감정을 많은 대사 없이, 눈빛과 표정만으로도 완벽히 전달한 윤찬영이다. 엄마가 되기를 결심한 효진을 걱정하는 친구 미란 역의 이상희도 ‘사이다’ 같은 시원한 매력으로 영화에 재미를 더한다.

▼ 친절하지 않은 숨겨진 이야기 ‘DOWN’

‘당신의 부탁’의 일상적이고 단조롭게 흘러가는 전개는 다소 지루한 느낌을 준다. 또 각각의 캐릭터를 이해하고 몰입하는데 필요한 사연과 설명이 부족한 듯하다. 그들의 과거를 상상하고 미루어 짐작하는 것은 관객의 몫이다. 때문에 조금은 친절하지 않은 영화. 특히 소소하고 잔잔한 영화가 싫다면 ‘당신의 부탁’은 피하는 게 좋겠다.

가족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 ‘당신의 부탁’. < CGV아트하우스 제공>

◇ 총평

효진과 종욱이 진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특별한 사건 없이 담담히 담아낸 ‘당신의 부탁’은 지루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배우들의 열연과 탄탄한 스토리,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영화의 흐름은 불편함 없이 108분의 러닝타임을 채운다. 또 혈육으로 이어진 가족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이 살아가고 있는 요즘 시대에 더 넓은 의미의 가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한다. 그리고 효진과 함께 성장한 ‘엄마’ 임수정은 ‘당신의 부탁’을 이끌어가는 힘이다. 오는 1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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