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차의 대표주자 모닝을 생산하는 동희그룹의 계열사 동희하이테크는 내부거래 실태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기아자동차 모닝은 ‘서민차’를 상징하는 경차의 대표주자다. 지난해에도 7만대가 넘는 연간 판매실적을 기록하는 등 꾸준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라이벌’ 쉐보레 스파크가 최근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면서, 경차 시장에서 모닝이 차지하는 위상은 더욱 공고해졌다.

하지만 모닝이 생산되는 과정엔 다소 불편한 진실이 담겨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속도를 내고 있는 경제민주화 흐름에 전면으로 배치되는 모습이다.

◇ 내부거래로 10년 급성장… 쌓인 자금만 2,500억

모닝은 2004년 출시 때부터 줄곧 위탁생산 방식으로 생산되고 있다. 위탁생산을 맡고 있는 곳은 동희오토이며, 2012년부터 레이도 함께 생산 중이다. 각종 부품을 생산하는 동희정공, 동희산업, 동희 등이 동희오토와 함께 동희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동희그룹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동희오토는 현재 (주)동희산업이 지분 45%를 갖고 있고, 기아자동차가 35.1%, (주)피에이치씨가 19.9%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주목할 곳은 계열사 중 하나인 동희하이테크다. 동희하이테크는 지난해 2,31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런데 내부거래를 통한 매출액이 2,093억원에 달했다. 총 매출액에서 내부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90%에 이르는 것이다.

이는 비단 지난해만의 문제가 아니다. 2016년엔 2,444억원의 매출액 중 2,288억원을 내부거래로 올려 내부거래 비중이 93%에 달했다. 수년 전부터 지속되고 있는 양상인데, 지난해에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동희하이테크는 서스펜션 모듈, 연료탱크 모듈 등 자동차 부품을 생산 및 판매하고 있다. 동희산업 등 다른 계열사에서 일차적으로 생산한 부품을 가져와 조립 및 2차 가공을 거친 뒤 다시 계열사에 판매하는 구조다. 특히 기아차와 함께 진출한 해외법인 계열사를 통한 매출 비중이 상당하다. 그룹 계열사만으로도 안정적으로 매출 및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동희하이테크는 그동안 내부거래 증가세와 회사 성장세가 일치했다. 내부거래를 통해 성장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사업의 효율성이나 기술보안 등 여러 측면에서 내부거래가 불가피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동희하이테크는 ‘개인회사’라는 점에서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동희하이테크는 이동호 동희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태희 총괄사장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동희홀딩스를 기점으로 수직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는 다른 계열사들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즉, 이태희 사장은 동희그룹 각 계열사들의 사업영위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개인적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내부거래로 매년 급성장한 동희하이테크는 현재 2,500억원이 넘는 이익잉여금을 쌓아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내부거래 및 일감 몰아주기의 전형적인 행태다. 오너일가, 특히 후계자의 개인회사를 내부거래 및 일감 몰아주기로 성장시킨 뒤 이 과정에서 쌓은 자금으로 승계 비용을 충당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최근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경제민주화 흐름엔 전면으로 배치된다. ‘서민차의 대명사’ 모닝을 생산하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씁쓸함을 더하게 만든다.

한편, <시사위크>는 동희그룹의 꾸준한 내부거래 실태에 대한 입장을 듣고자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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