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조나리 기자] 여러 차례 수상으로 ‘일하기 좋은 기업’ 이미지를 구축해온 한국아스텔라스제약에서 노동조합이 설립됐다. 설립 신고 한 달여 만에 조합 가입률이 무려 40%에 이르는 상황. 노조는 회사의 성장률이 정작 직원들의 임금에는 제대로 반영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또한 매년 인사 때 마다 ‘줄타기 식’ 승진 등이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 ‘고공성장’ 아스텔라스, 일하기도 좋은 기업?

10일 제약업계 및 언론보도에 따르면 한국아스텔라스제약(이하 아스텔라스)은 지난 3월14일 노조 설립을 신고했다. 영업부를 중심으로 출범했지만 내근직 가입자도 20~30명. 현재까지 140여명이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스텔라스는 2005년 4월1일 한국후지사와약품과 한국야마노우찌제약이 합병해 탄생한 100% 일본 자본 회사다. 합병 당시 직원 수는 119명이었지만 현재는 320여명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실제로 아스텔라스는 2008년 매출 1,000억원 돌파 후 매년 성장, 지난해는 2,673억원을 기록하며 일본계 다국적제약기업 중 매출 1위를 차지했다.

비뇨질환과 피부질환 의약품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아스텔라스는 최근 3년 내내 비뇨기과 처방액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2015년 10월 보험급여가 적용된 과민성방광 치료제 ‘베타미가’와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하루날디’ 등이 성장을 이끌었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이 같은 성장이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는 게 노조의 입장이다. 얼마 되지 않은 주력 제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제네릭 의약품이 많이 나온 상황이기 때문이다.

낮은 임금인상률 또한 직원들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 사측은 ‘임금인상률이 낮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체감하는 직원은 많지 않다는 게 문제다. 특히 인사 때마다 낙하산, 줄타기 등 특정인들에 대한 말들이 나돌면서 사기마저 저하되고 있다고 노조 측은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도 아스텔라스 직원이 유사한 내용을 언급하기도 했다. 해당 직원은 회사에 대해 워라벨이 보장된다면서도 일본 특유의 수직적 문화와 내부정치, 인사 문제 등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욕심이 없으면’ 정년도 보장된다고 꼬집었다.

◇ “오너 회사 아닌데, 누군가 오너처럼 군림해”

현재 노조는 상반기 중 단체교섭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인사·임금체계 개편과 고용안정을 주요 의제로 삼을 예정이다.

이에 대해 노조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노조를 결성한 것은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기 위해서가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나중에 발생할 문제들을 방지하기 위한 의도가 더 크다”면서 “그런 부분들에 대해 많은 직원들이 동감했기 때문에 높은 가입률을 보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까지는 회사가 성장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그렇다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주력 제품들도 복제약이 많이 나온 상황”이라며 “임금체계 등 인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상황에서 향후 회사가 어려워질 경우 올바르게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인사 때 마다 사내 평가기준에 맞지 않는 결과가 벌어진다”면서 “당사자한테 ‘낙하산이냐’고 물어보진 못하지만 직원들 사이에서는 다 알고 있다. 이는 오너 회사가 아닌 곳에서 누군가 오너처럼 군림하고 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회사와의 소통을 통해 ‘진짜로’ 일하기 좋은 기업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과거 노조를 만들면 일본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지금은 시대가 변한만큼 경영진에서도 마냥 부정적이지는 않는 것 같다. 회사와 협력해 일하기 좋은 기업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본지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한국아스텔라스제약 측의 입장을 듣고자 했으나 현재까지 연락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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