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임채진 전 검찰총장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수사가 조용히 진행되길 바라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뜻을 전달한 사실을 밝혔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은 도리어 억울한 모습을 보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을 반대하는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심리전을 펼친 것으로 검찰이 주장하자 “내가 시달렸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그는 “아무리 봐도 상식에 안 맞는 얘기”라고 말했다. 왜일까.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 심리로 열린 국고손실 혐의 등에 대한 재판에서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에 ‘부담’을 표시한 사실을 밝혔다. 소환조사를 2개월여 앞둔 2009년 2월 MB로부터 “(검찰에) 조용히 조사를 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달해 달라”는 지시를 받았던 것. 구체적으로 ‘방문조사’로 꼽기도 했다.

실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당시 검찰 수장이었던 임채진 전 검찰총장을 안가에서 만났다. 뿐만 아니다. 국정원 차장과 상의한 뒤 법조 출입 20년 경력의 단장을 통해 “원 차원이 아니라 여론 차원에서 (조용한 수사 의견을) 전달”하기로 결정했다. 임채진 전 총장으로부터 ‘중수부장이 전혀 내 말을 안 듣는다’는 대답을 듣고 빠르게 조치한 것이다.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은 이인규 변호사였다.

하지만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혐의로 대검찰청에 소환해 약 13시간 동안 조사를 했다.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가 비극의 원인으로 꼽혔다. 이와 관련,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MB와 여론의 뜻을 검찰에 전달한 만큼 “안심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언론에서 국정원장이 수사를 지휘하느냐는 보도가 나와 엄청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