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산그룹 오너일가의 개인회사인 벽산LTC엔터프라이즈는 2010년 설립 이후 매년 높은 내부거래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벽산그룹의 내부거래 실태가 지난해에도 전혀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 정부의 ‘경제민주화’를 이끌고 있는 주요 인사들과 여전히 대척점에 서고 있는 벽산그룹이다.

문제의 회사는 벽산LTC엔터프라이즈. 먼저 벽산LTC엔터프라이즈는 김성식 벽산 및 하츠 사장과 동생, 그리고 그들의 세 자녀들이 20%씩 지분을 나눠 갖고 있는 곳이다. 완전한 개인회사로 볼 수 있다.

벽산LTC엔터프라이즈의 지난해 360억원. 그런데 벽산, 하츠, 벽산페인트 등 계열사를 통해 올린 매출액이 324억원에 달했다. 내부거래 비중이 90%에 이른다.

이 같은 내부거래 실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벽산LTC엔터프라이즈는 2013년 이후 늘 90%가 넘는 내부거래 비중을 보이고 있다.

벽산LTC엔터프라이즈는 건축자재, 철물 및 난방장치 도매업을 영위하고 있다. 단열재, 천장재 등 건축자재를 생산하는 벽산에 파유리를 공급하고, 주방 후드 분야에서 입지가 탄탄한 하츠에 후드외형제작용 철판을 공급한다.

모두 특별한 기술력이 필요하거나 수급이 불안정한 품목이라기 보단, 영업력이 중요한 분야다. 이러한 측면에서 2010년 설립된 벽산LTC엔터프라이즈는 김성식 사장의 개인회사라는 점 외에 특별한 경쟁력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벽산LTC엔터프라이즈는 설립 이후 매년 300~400억대 매출액을 기록 중인데, 이는 온전히 내부거래 덕분이다. 벽산LTC엔터프라이즈는 설립 첫해인 2010년부터 내부거래 비중이 94%에 달했고, 내부거래 비중이 가장 적었던 2011년에도 77%를 기록했다.

◇ 장하성·김상조가 지적했던 내부거래, 대를 이어 ‘계속’

이처럼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벽산그룹의 내부거래 실태는 현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 중인 경제민주화에 역행하는 것이다. 특히 벽산그룹은 경제민주화를 앞장서서 이끌고 있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및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또 다시 대척점에 서게 됐다.

장하성 정책실장과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과거 소액주주운동에 나선 바 있다. 이른바 ‘장하성 펀드’로 유명한데, 문제의 소지가 있는 기업의 지분을 확보한 뒤 주주제안 등을 통해 변화를 촉구했다. 우리 사회에 경제민주화라는 화두를 던진 중요한 사건이었다.

그런데 ‘장하성 펀드’가 지분을 매입하고 문제를 제기했던 곳 중 하나가 바로 벽산그룹의 핵심이었던 벽산건설이다. 당시 ‘장하성 펀드’가 지적했던 내용 중에도 내부거래 문제가 있었다. 김희철 전 회장 등 오너일가가 개인회사나 다름없는 (주)인희와 벽산건설의 내부거래를 통해 사적 이익을 취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장하성 펀드’는 사외이사 및 감사를 추천하는 등 적극적인 행동에 나섰으나 결과적으로 지분의 한계를 넘진 못했다.

이들의 상황은 이제 180도 달라졌다. 장하성 정책실장과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막강한 권한과 영향력을 가진 요직에 앉은 반면, 벽산건설은 2014년 파산했다. 한때 2,0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하던 인희는 지난해 매출액이 46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벽산그룹의 내부거래는 대를 이어 계속되고 있다. 내부거래가 이뤄지는 계열사나 품목은 조금 다르지만, 오너일가 개인회사를 내부거래로 키우고 있다는 핵심은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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