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한 목소리로 정치보복을 주장했다. 하지만 돌파구를 찾는 방식은 서로 달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판 보이콧을 선언한 것과 달리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재판에 적극 임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두 전직 대통령이 나란히 수감됐다. 혐의는 갈수록 짙어졌다. 하지만 인정하지 않았다. 자신을 겨냥한 검찰의 칼날을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의 방문조사를 거부한 가장 큰 이유다. 구치소를 찾아온 검사들의 얼굴조차 보지 않았다. 이에 따라 법조계에선 두 사람이 같은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의문을 나타냈다. 먼저 재판을 시작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보이콧을 선언한 것처럼 이명박(MB) 전 대통령도 법정 출석을 거부할 수 있다는 얘기다. MB는 이르면 이달 말부터 재판을 시작한다.

◇ MB의 페북정치 vs 박근혜의 은둔생활

MB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달랐다. 치열한 법정 공방을 예고했다. 수감된 서울동부구치소 독방에서 TV방송을 통해 자신의 기소 관련 보도를 시청한 그는 이튿날 변호인 접견에서 “공소장 내용이 구속영장과 달라진 부분이 있느냐”고 물었다. 아울러 변호인단에게 “열심히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최근 변호인단은 인력을 충원했다. 법리공방을 준비하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사실상 접견을 전담하고 있는 강훈 변호사를 포함해 현재까지 총 7명이 선임계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MB는 변수가 없는 한 법정에 출석할 계획이다. “피고인 모두진술을 비롯해 재판에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라는 게 변호인단 측의 설명이다. 시동은 이미 걸었다. MB는 변호인단과 가족 접견 등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담은 메시지를 전달했다. 해당 메시지는 페이스북으로 공개됐다. 천안함 8주기에는 “통일되는 그날까지 매년 여러분을 찾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돼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고, 검찰의 구속기소 결정에는 “어느 정도의 한풀이를 예상했지만 이건 아니다”며 억울함을 나타냈다. 일각에선 이를 ‘옥중정치’라고 말했다.

MB가 적극적인 대응을 나선 것과 달리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국정농단 사건 관련 1심 재판부에서 징역 24년형을 선고받았을 때도 별도의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당시 서울구치소를 찾은 유영하 변호사에게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라”고 주문한데 이어 항소 포기를 대비해 국선변호인단에게 “직권으로 항소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일까. 유영하 변호사도 말을 아꼈다. “사실상 종신형에 가깝다”며 볼멘소리만 냈을 뿐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은둔’이다. 그는 지난해 3월31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이후 바깥세상과 단절된 생활을 해왔다. 1년이 넘도록 TV와 신문을 보지 않았다. 가족은 물론 자신의 변론을 맡고 있는 국선변호인단도 만나지 않았다. 구치소로 배달되는 지지자들의 편지와 유영하 변호사의 접견 등을 제외하곤 소식을 접할 창구를 모두 닫았다. 혼자나 다름없었다. 그럼에도 한결같은 모습을 보였다. 도리어 담당 교도관들이 놀랄 지경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비교적 담담하게 수감 생활을 하고 있다. 구치소 측에 따르면, 소량이지만 식사를 거르는 일이 없었다. 허리 디스크로 인한 통증 완화를 위해 스트레칭 관련 서적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반면 MB는 힘든 기색이 역력하다. 수면제 없이는 잠을 못 잘 만큼 불면증 증세가 심하다는 것. 수면 부족으로 얼굴이 상당히 부어있다는 게 강훈 변호사의 설명이다.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알려진 MB는 성경책을 읽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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