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저씨’ 기자 간담회가 진행됐다. (왼쪽부터) 박호산 이지은 이선균 송새벽 < CJ E&M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20대 여자와 40대 아저씨의 이야기, 도청, 폭력 등 자극적 소재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나의 아저씨’. 배우들과 제작진은 이러한 논란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며 “따듯한 드라마”임을 강조했다.

케이블채널 tvN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연출 김원석, 극본 박해영)는 삶의 무게를 버티며 살아가는 아저씨 삼형제와 거칠게 살아온 한 여성이 서로를 통해 삶을 치유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또 오해영’ 박해영 작가와 ‘미생’, ‘시그널’ 김원석 PD가 의기투합한 작품.

감독과 작가의 의도와 다르게 ‘나의 아저씨’는 방송 전부터 논란에 휘말렸다. 제목과 남녀 주인공의 나이 차 설정 때문에 롤리타 신드롬(미성숙한 소녀에 대해 정서적 동경이나 성적 집착을 가지는 현상) 논란이 불거진 것.

뿐만 아니라 드라마에 출연하기로 했던 배우 오달수의 성추행 사건이 터지면서 박호산이 급하게 합류했다. 베일을 벗자 이번에는 폭력 논란이 불거졌다. 첫 회부터 이지은(아이유)가 장기용에게 폭행을 당하는 장면이 적나라하게 그려지며 논란을 빚었다.

김원석 감독이 ‘나의 아저씨’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 CJ E&M 제공>

◇ 논란 1. ‘나의 아저씨’ 제목이 주는 불편함  

11일 진행된 ‘나의 아저씨’ 기자간담회에서 연출을 맡은 김원석 감독은 먼저 ‘나의 아저씨’라는 제목이 갖는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김원석 감독은 “‘나의 아저씨’에서 ‘나의’는 나의 남자, 나의 연인을 의미하는, 이성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지칭할 때의 의미라기보다 나의 엄마, 나의 친구, 나의 이웃 이런 것처럼 누군가 굉장히 소중한 사람이 됐다는 의미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기본적으로 우리 드라마는 아주 소중한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다. ‘소중하다’라는 의미가 기존에 있는 개념으로 설명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작가님의 대본을 읽으면 그 감정들이 느껴진다. 그게 온전히 시청자에게 전달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극중 45세 박동훈(이선균 분)과 21세 이지안(이지은 분)의 관계가 이성적 사랑이 아닌 사람 대 사람으로서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소중한 존재가 된다는 설명이다.

또 그는 ‘아저씨’라는 단어가 주는 부정적 느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감독은 “‘아저씨’라는 말은 몇 년 전에는 굉장히 멋진 사람이었다”라며 “원빈처럼. 무술도 뛰어나고 능력이 뛰어난, 영화의 제목으로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런데 지금 이렇게 부정적인 느낌을 주게 된 것은 수많은 아저씨들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라면서 “그렇지만 아저씨라는 말 자체를 버릴 순 없지 않냐. 애초에 나쁜 말이 아닌데. 나의 아저씨라는 말에서 안 좋은 의미가 연상될수록 이 드라마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선균은 자신이 연기하는 ‘아저씨’ 박동훈에 대해 “가장의 무게가 가장 공감이 간다”며 “어머니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많은 아저씨들이 겪고 있는 가족의 소중함,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안감 그런 것들에 대한 것이 공감된다”고 말했다.

‘나의 아저씨’에서 이지안 역을 맡은 가수 겸 배우 이지은 < CJ E&M 제공>

◇ 논란 2. 45세 유부남과 21세 여성의 이야기… ‘롤리타신드롬’ 논란 

20세 이상 차이나는 남녀 주인공 설정으로 인해 ‘나의 아저씨’는 방영 전부터 ‘롤리타’ 논란에 휩싸였다. 여기에 과거 앨범 재킷 콘셉트로 인해 비슷한 논란을 겪기도 했던 가수 아이유의 캐스팅이 논란을 더했다. 이에 대해 감독은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김원석 감독은 “본인이 많이 걱정을 했다”며 “본인이 먼저 그런 얘기를 하더라. ‘이런 논란이 있는데 그래도 자기를 캐스팅하겠냐’라고. 그래서 기획 의도를 정확히 말했고 무슨 생각으로 만들고 있는지 설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나보다 더 지안이에 대해 많이 알고 있고 연구하고 있다”라며 “고맙고 미안하다. 지은 씨가 이 드라마에서 지금 해주고 있는 부분이 굉장히 크다. 결정을 내려준 것에 대해서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이런 논란이 있는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덧붙이며 눈물을 보였다.

이지은은 “가수로서 제가 냈던 앨범에 따라붙었던 논란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며 “더 경각심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감독님한테 ‘혹시 저에게 이런 논란 알고 있냐.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를 캐스팅하실 거냐, 저로 인해 더 부각될 수 있다’라고 걱정되는 마음에 말을 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독자로 읽었을 때는 그런 부분을 느끼지 못했지만 만약에 지안이와 지은이가 만났을 때 굳이 드라마가 떠안지 않아도 되는 논란까지 나로 인해 생기지 않을까라는 걱정에 감독님께 그렇게 말씀드렸다”라며 “그런데 만약 글을 읽고 이게 정말 그런 글이고 떳떳하지 못했다면 제 선에서 고사했을 것이다. 순수하게 글을 읽었을 때 좋은 글이라는 판단이 섰고 감독님께서 확신을 주셔서 열심히 해보겠다고 말씀을 드렸다”고 덧붙였다. 

오달수 하차 후 ‘나의 아저씨’에 합류한 박호산. < CJ E&M 제공>

◇ 논란 3. 오달수 하차, 박호산 합류

배우 박호산은 ‘나의 아저씨’ 박상훈 역을 맡았다. 삼형제의 맏형인 상훈은 해질녘 집 근처 호프집을 가면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가진 것은 없어도 지금 이 순간 손에 들린 맥주 한 잔에 “마셔! 행복해!”를 외치는 남자다.

완벽한 캐릭터 소화력을 보이며 호평을 받고 있는 박호산이지만 처음부터 박상훈 역에 캐스팅된 것은 아니었다. ‘미투 운동’ 가해자로 지목돼 논란을 빚은 배우 오달수가 하차한 후 그의 후임으로 합류한 것.

박호산은 출연을 결심한 이유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마다할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고 답했다. 그는 “바람직한 케이스로 들어온 것은 아니지만 그거 외적인 부분으로 봤을 때 출연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며 “좋은 작품에, 좋은 팀, 대본. 시나리오 첫 장을 넘겼는데 너무 훌륭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숟가락 하나 얹을 수 있다면 행운이라고 생각했다”며 “감독님을 만나고 새벽이한테 전화를 했다. 새벽이도 하는 게 좋겠다고 하더라. 지금은 너무 행복하게 잘했다고 생각한다. 캐릭터 구축하는데 시간이 부족하긴 했지만 감독님과 작가님이 많이 도와주셔서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고 제작진을 향한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박호산뿐만 아니라 ‘나의 아저씨’에는 모든 배우들이 캐릭터들에 완전히 녹아든 모습을 보이며 높은 몰입도를 자랑하고 있다. 김원석 감독은 “모두(배우)에게 후회하지 않게 해주겠다고 말했지만 부담은 있었다”라며 아직 촬영이 시작되지 않았고 대본도 미완성인 상태에서는 그런 부담이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우선 선균 씨가 정말 흔쾌히 출연을 결심했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가 성사됐고 피치 못하게 하차한 배우뿐만 아니라 지금 같이 하는 배우들 모두 제가 원하던 분들이다. 운이 정말 좋았다고 생각한다. 캐스팅이 잘되면 드라마가 잘 될 가능성이 높은데 그래서 정말 큰 힘을 얻고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 논란 4. 폭력과 도청 논란

방송 후에도 논란은 계속됐다. 도청과 폭력 등 자극적인 소재들로 도마에 오른 것. 김원석 감독은 “그런 것들을 미화하거나 조장하는 것을 목표로 만든 드라마가 아니라는 것은 방송을 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감독은 “도청이라는 방법은 어떤 한 사람을 지극히 철저하게 이해하게 하기 위한 극적인 장치다”라며 “도청을 매개체로 사용하는 영화들도 많다”라며 “도청과 폭력을 통해서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에 대해서 조금 더 진심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지은도 “제가 관찰자 시점에서 봤을 때 ‘도청을 해야겠다, 폭력이 좋은 거다’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라며 “지안이가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안다. 시청자도 그렇게 느끼실 거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우울한 현실 속 웃음을 전하고 싶은 ‘나의 아저씨’ (왼쪽부터) 김원석 이선균 이지은 박호산 송새벽 < CJ E&M 제공>

“팍팍한 현실 속 피어나는 웃음이 드라마의 핵심”

‘나의 아저씨’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신만의 삶의 무게를 버티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에 드라마는 전체적으로 우울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러나 김원석 감독은 “우리 드라마는 코미디”라고 말한다.

김 감독은 “저는 기본적으로 ‘나의 아저씨’를 코미디라고 생각하고 만들고 있다”라며 “코미디의 핵심은 아주 팍팍한 현실 속에서 피어나는 웃음들이라고 생각한다. 그 현실이 어렵고 우울한 것은 현실적으로 맞는 얘기다. 그 안에서 결국은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웃음”이라고 설명했다.

송새벽은 “드라마를 찍으면서 ‘나만 이렇게 사는 게 아니구나. 우리 동네 사람들, 옆 동네 사람들, 다들 이렇게 살아내고 계시는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라며 “여러분들께도  그런 좋은 드라마가 되길 바란다”고 진심을 전했다.

박호산도 “되게 편한 드라마다”라며 “어쩌면 옆에 있는 이야기다. 비현실적인 캐릭터도 있지만 그것도 있을 법한 이야기다. 끝까지 지켜봐 달라. 따듯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선균은 “좋은 드라마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열심히 하다 보면 논란도 다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끝까지 진심을 다해서 좋은 드라마 만들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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