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27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들과 함께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국내 인권유린의 대표적인 사례인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을 검찰이 재조사하기로 했다.

12일 언론 보도 및 검찰에 따르면 최근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은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에게 ‘비상상고’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비상상고란 이미 확정된 판결에 대해 오류를 수정해 줄 것을 대법원에 요청하는 것으로, 검찰총장에게만 그 권한이 있는 제도다.

형제복지원은 1975~1987년 부산에 있던 전국 최대 규모 사회복지 기관으로 부랑자들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사회에 적응하도록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 매년 국가로부터 당시 20억원에 달하는 지원금을 받던 형제복지원은 1987년 한 검사가 산 중턱의 작업장에 감금된 수용자들을 목격하면서 실체가 드러났다.

당시 수사에 따르면 형제복지원은 부랑자뿐만 아니라 연고지가 있는 사람들도 강제로 붙잡아 수용했다. 이 중에는 부모가 있는 어린이와 20대 젊은이들도 포함됐고, 12년 동안 513명이 숨졌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나 대법원은 특수감금·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박인근 원장에 대해 업무상 횡령만 인정,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현재 원장은 사망했고 원장 일가족은 형제복지원을 ‘형제복지지원재단’으로 이름을 바꾼 채 시설을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단은 1989년 ‘형제복지원 수용이 불법 감금이 아니다’라는 대법원 판결에 대해 잘못을 바로 잡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513명의 사망한 것과 관련해서도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이를 위해 수용자와 유가족을 찾아가 진술을 듣고 부산 시청·사상구청과 국가기록원 등에서 관련 기록물 확보에도 나설 예정이다.

한편 형제복지원 사건은 2016년 AP통신의 탐사보도를 통해 국내에서도 재조명됐다. 이후 국회에서 특별법 제정을 위한 기자회견이 열리는 등 한동안 진상규명이 논의됐지만 이뤄지지는 못했다.

AP통신은 당시 ‘한국이 부랑아들의 집단적 학대와 살인을 은폐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나는 1988년 서울올림픽 과정을 취재했지만 이 믿기 힘든 일들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 인권 학대가 알려진 것보다 훨씬 잔인하고 널리 퍼져있었다”면서 생존자들의 증언과 수백건의 문서를 분석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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