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경내에 위치한 경주 방형대좌 석조여래좌상이 국가지정 보물 1977호로 지정됐다. <청와대 제공>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12일 문화재청이 경주 방형대좌 석조여래좌상을 보물 1977호로 지정했다. 국가지정 보물이 된 석불좌상은 청와대 경내 대통령 관저 뒤편에 위치해 있다. 풍만한 얼굴과 약간 치켜 올라간 듯한 눈이 특징으로 ‘청와대 미남불’로 잘 알려져 있다.

청와대 미남불이 국가지정 문화재가 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검토지시에 따라 이뤄졌다. 이정도 청와대 총무비서관에 따르면, 취임직후인 지난해 6월 참모들과 관저 뒤편을 산책하던 중 문재인 대통령이 “문화재적 가치를 재평가 해보라”고 지시했고 문화재청의 심의절차가 개시됐다.

문화재에 관심이 많은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 민정수석으로 재직하던 당시에도 청와대 미남불의 문화재적 가치를 궁금해 했다고 한다. 실제 지난해 9월 있었던 청와대 직원 오리엔테이션 때도 문 대통령이 직접 불상에 얽힌 역사와 유래를 직원들에게 설명했을 정도다.

석불좌상이 청와대 경내에 들어온 사연은 꽤나 기구하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석불은 통일신라시대였던 9세기경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일제강점기 경주 고다이라 료조의 집에서 데라우치 총독이 목격했고, 이를 마음에 들어하자 고다이라가 서울 남산의 총독관저로 진상했다.  현 청와대 경내에 새 총독관저가 건립되면서 지금의 위치로 오게 됐다.

청와대 경내에 위치해 역대 대통령의 희노애락을 지켜봤다는 점에서도 역사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실제 역대 대통령과 그 가족들이 석불에 불공을 드렸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등 흉흉한 사건이 벌어지자 기독교 신자이던 김영삼 대통령이 집권했기 때문이라는 괴담에 등장하는 석불이기도 하다. 

다만 문화재로 지정되더라도 일반에 공개하는 것은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석불은 청와대 경내를 다 볼 수 있는 보안지역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경주의 원위치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현재 정확한 원위치를 추정할 수 없고 문화재적 가치평가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게 청와대와 문화재청의 입장이다. 조계종도 문화재 보존을 위해 현 위치가 좋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정도 비서관은 “원위치로 옮겨 문화재로서 존속시키는 게 맞는지 여부는 다음 문제”라며 “현재는 문화재적 가치의 측면에서 평가를 하는 것이 중요하고, 보관위치 등의 문제는 추후에 의견을 수렴해서 모아보겠다. 지금은 (위치와 관련한) 논의는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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