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지난해 건조한 2만150TEU급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삼성중공업 제공>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현대상선이 모처럼 대규모 선박 발주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일감 수주에 목마른 국내 조선업계에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최근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와 관련해 제안요청서를 국내 주요 조선사에 발송했다. 발주 규모는 2만TEU 이상급 12척과 1만4,000TEU급 8척 등 총 20척이며, 3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은 상반기 내에 발주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현대상선이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에 나선 것은 2011년 이후 7년 만이다. 지난해에는 초대형 유조선 5척을 발주한 바 있다.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역시 누가 수주하느냐다. 국내 조선업계는 최근 수주상황이 다소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일감에 목마른 상태다. 20척, 3조원대에 이르는 수주는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다.

하지만 적극적인 경쟁에 나서기엔 다소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다. 지나친 경쟁이 자칫 저가수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 치열한 눈치싸움이 예상되는 이유다.

일각에선 대우조선해양이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상선과 대우조선해양 모두 산업은행이 대주주라는 점에서다. 지난해 현대상선이 발주한 초대형 유조선 5척도 대우조선해양이 수주했다. 다만, 당시에도 제기됐던 ‘셀프 수주’ 논란이 또 다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재차 제기된다.

현대상선이 여러 조선소에 물량을 나눠 발주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2020년 안에 선박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은 국제해사기구의 환경 규제가 시작되고, 머스크 및 MSC와의 전략적 협력 관계가 종료되는 2020년 전에 고효율·친환경 초대형 선박 확보를 마치는 것이 목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시간적인 부분과 일감을 고루 나누는 측면에서 특정 조선사가 독점 수주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며 “다만 치열한 물밑경쟁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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