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원내대표 등 한국당 의원들이 청와대의 전수조사 방침에 반대하는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청와대가 국회의원 해외출장 전수조사 가능성을 예고했다. 민주당은 청와대의 요청에 따라 상임위원회별로 피감기관에 출장내역서를 요구한 상태다. 김기식 금감원장에 외유성 출장이 이례적인 것이 아닌 ‘관행’이라는 점을 알리기 위함이다.

현재까지 취합된 내용만 16개 기관에서 총 167차례 해외출장 사례가 나왔다. 새누리당(현 한국당) 의원이 94차례, 민주당 의원이 65차례였다. 이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김기식 금감원장이 자신의 업무를 이행하지 못할 정도로 도덕성이 훼손되었거나 일반적인 국회의원의 평균적 도덕감각을 밑돌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 문재인 대통령까지 김기식 감싸기

문재인 대통령도 힘을 보탰다. 김의겸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글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이 당시 국회의원들의 관행에 비추어 도덕성에서 평균 이하라고 판단되면, 위법이 아니더라도 사임토록 하겠다”면서도 “당시 국회의 관행이었다면 야당의 비판과 해임 요구는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김기식 원장을 감쌌다.

청와대가 고 장자연 씨 사건 재수사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뉴시스>

사실 김 원장 의혹이 처음 불거졌을 때 청와대는 심각하게 보지 않는 기류였다. 지난 9일 주요 일간지에서 김 원장의 외유성 출장 의혹이 지면의 상당부분을 채우며 일제히 보도됐음에도 “쓸 게 없구나”라거나 “우라까이(베껴쓰기)”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공식 브리핑을 통해서는 “해임에 이를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을 내렸다”며 선을 긋는 정도였다. 이후에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식이었다.

기류가 적극대응으로 급변한 것은 12일부터다. 당초 “금융개혁 적임자”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정의당이 사퇴요구로 선회했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김 원장 임명강행에 부정적 기류가 감지된 시점이었다. 최종입장은 유보했지만 김 원장이 활동했던 참여연대에서도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나온 터였다. 남북정상회담 등 중요한 일정을 앞두고 김 원장 논란이 확대되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 “모 언론사 대표에 대한 수사미진” 언급한 청와대

청와대의 전수조사 방침에 야권은 강하게 반발하면서도 부담스러운 눈치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명백한 헌정유린이고 국회 사찰”이라고 했고, 장제원 대변인은 “협박”이라고 규정했다. 청와대는 자료수집을 하지만 명단은 공개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개별 의원들 사이에서는 해외출장 의혹이 자신에게 옮겨붙을까 고심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통화에서 “재갈물리기와 무엇이 다르냐”고 했다.

공교롭게도 13일 청와대는 ‘장자연 사건 재수사’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은 “세간의 이목이 집중 되었던 술접대 강요와 유력인사에 대한 성접대 의혹에 대하여는 모두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혐의없음 처분을 하였고, 단순히 소속사 대표의 폭행·협박 부분, 매니저의 명예훼손 부분만 기소하는데 그쳤다”고 재수사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특히 “장자연씨의 진술서 상 잠자리를 요구한 인물로 지목된 모 언론사 대표에 대한 수사미진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고, 또한 장자연씨 및 가족의 계좌에 백만원권 고액 수표가 수십장 입금되었다는 의혹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명시적으로 지칭한 것은 아니지만 이 대목에서 등장하는 언론사 대표는 ‘조선일보 방 사장’이다.
 
물론 ‘장자연 사건 재수사’ 입장발표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한 답변형식으로 김기식 논란과 직접 관련은 없다. ‘장자연 사건 재수사’ 청원은 20만 이상의 서명을 받은 것으로 청와대가 의무적으로 답변을 내놓아야할 사안이다. 국민청원 답변을 맡고 있는 국민소통수석실이 주로 금요일에 맞춰 답변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발표주제와 시점 선정에 다소 미묘한 구석이 있다. 김 원장 관련 의혹을 선두에서 지폈던 조선일보 입장에서는 압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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