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인제약 이행명 회장의 두 딸이 최대주주인 광고회사 ‘메디커뮤니케이션’은 명인제약이라는 안정적 거래처를 바탕으로 매년 매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메디커뮤니케이션은 최근 방송중인 이가탄 광고(사진)를 제작했다. <이가탄 홈페이지>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명인제약이 지난해 감사보고서에도 특수관계자와의 내부거래 현황을 누락했다. 명인제약은 이행명 회장의 자녀 회사에 상당한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비상장사라 하더라도 특수관계자와의 거래내용을 모두 감사보고서에 기재해 공시할 의무가 있다. 수년간 이어져 온 일감몰아주기, 그리고 이에 대한 지적이 여러차례 제기돼 왔지만 명인제약은 이를 여전히 외면하고 있다.

◇ 매출액 17% 이상 광고선전비… 이행명 회장 딸들 전폭지원

‘이가탄’으로 유명한 명인제약은 제약업계에서 ‘광고 큰 손’으로 통한다. 굴지의 대형 제약회사들보다 광고선전비에 쏟아 붓는 지출 비중이 커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명인제약은 지난해 1,562억원의 매출 중 272억원을 광고선전비로 썼다. 매출액 대비 17.41%가 광고선전비에 쓰였다. 최근 3년간 광고선전비를 살펴봐도 평균 18%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는 제약업계 1위인 유한양행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나타난다. 지난해 제약업계 중 광고비 지출 1위를 기록한 유한양행의 경우 광고선전비는 600억원 규모로, 매출액(별도기준 1조4,500억원) 4.13%에 불과했다.

물론 광고비를 얼마나 집행하느냐는 각 기업의 선택이다. 하지만 수혜가 오너 일가에 집중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현재 명인제약의 광고업무는 ‘메디커뮤니케이션’에서 담당하고 있다. 이행명 명인제약 회장의 두 딸이 메디커뮤니케이션의 지분을 100%를 가진, 사실상 오너 일가의 개인회사다. 명인제약으로부터 광고물량을 몰아 받은 이행명 회장의 두 딸은 안정적인 거래처를 바탕으로 매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5년 32억원이던 이 회사의 광고매출은 지난해 37억원으로 늘었다.

문제는 이 같은 내부거래 사실이 감사보고서 어디에도 드러나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일반기업회계기준에 따르면 특수관계자와의 재화 매입·매출을 비롯해 용역의 제공·수령 등 거래가 있는 경우 이를 감사보고서 주석을 통해 반드시 공시를 해야 한다. 특수관계자와의 거래는 기업의 재무상태와 경영성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특수관계의 존재와 특수관계자와의 거래는 기업경영 또는 회계정보의 투명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를 누락할 경우 회계기준 위반에 해당한다. 비상장사의 회계감사 감리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공인회계사회 관계자는 “특수관계인과의 거래를 누락하는 것은 회계처리기준 위반에 해당한다”며 “이럴 경우 내부거래 규모에 따라 제재가 달라질 수 있는데, 외감법에 따라 지정감사 대상이 되거나 임원에 대해 조치가 내려지기도 한다. 만약 오랜기간 동안 의도적으로 명기하지 않은 것이라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명인제약도, 메디커뮤니케이션 측도 모두 감사보고서 상 ‘내부거래 현황’을 밝히지 않고 있다. 특수관계자와의 주요 거래내용은 △토지·건물 등 유형자산 취득에 대한 내용과 △메디커뮤니케이션에 광고료 지급을 담보하기 위하여 표지어음 20억원을 담보로 제공하고 있다는 내용이 전부다.

◇ 광고 매출에 부동산 임대수익까지… 아버지 덕 톡톡 

'이가탄'으로 유명한 명인제약 이행명 회장. <명인제약 홈페이지>

이행명 회장의 두 딸은 광고 물량몰아주기 외에도 부동산 임대를 통해 쏠쏠한 수익을 얻고 있다. 그런데, 이 부동산 임대 수익 역시 아버지인 이행명 회장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던 일이다.

2015년 당시 매출이 37억원에 불과했던 메디커뮤니케이션이 900억원대 서초동 빌딩을 사들이면서 논란이 된 것인데, 이런 일이 가능했던 데엔 명인제약이 채무보증과 부동산담보를 제공해 메디커뮤니케이션이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왔기 때문이다. 2016년 빌딩 지분 절반 가까이를 명인제약에 넘기면서 해당 빌딩은 현재 메디커뮤니케이션과 명인제약의 공동 소유 형태로 돼 있다. 결과적으로 메디커뮤니케이션은 명인제약의 도움으로 빌딩 소유권의 절반을 획득하게 된 셈이다.

당시 이행명 회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명인제약이 자금 문제로 (메디커뮤니케이션과) 공동으로 매입을 추진했다”고 밝혔지만 외부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국내 증여·상속세법상 자녀 회사를 통해 건물을 구입하면 증여세를 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서초동 빌딩 매입을 두고 이행명 회장의 ‘편법 상속’ 논란이 제기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부동산 임대 수익이 늘면서 메디커뮤니케이션의 전체매출은 2015년 37억에서 지난해 79억원까지 치솟았다. 명인제약의 전방위적인 지원을 통해 이룬 결과나 다름없다. 이행명 회장의 자녀들 입장에선 부친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한편 명인제약 측은 “메디커뮤니케이션이 관계사인 건 맞지만 정확한 광고 거래규모는 잘 모른다”는 입장이다. 특수관계자와의 매출거래 누락에 대해선 “담당자에게 메모를 전달해 설명토록 하겠다”고 했지만 회신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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