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비판 댓글 조작이 있었던 경기도 파주의 사무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민주당 권리당원의 ‘댓글 조작사건’이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특히 지난 대선과정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유리한 활동을 했다는 주장을 빌미로 김경수 의원에게 ‘오사카 총영사관’ 자리를 요구했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파장은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야권은 피의자로 기소된 김모 씨(필명 드루킹)의 댓글조작 활동이 민주당과 조직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가 민주당 권리당원이라는 점 ▲그간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취지의 글을 썼다는 점 ▲“보수세력이 여론 공작을 펴고 있다는 정황을 보여주고 싶어 댓글 조작을 했다”고 진술했다는 보도가 있다는 점 등이다. 무엇보다 김경수 의원에게 활동내역을 ‘텔레그램’으로 보냈고 인사청탁까지 했다는 점에서 민주당과의 관련성을 더욱 의심하고 있다.

◇ “드루킹, 정치인들의 영향력 획득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야권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먼저 경찰의 이번 수사가 민주당의 수사의뢰에서 시작됐다는 점이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이유다. 민주당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여론조작을 일부러 할 이유도 없거니와, 피의자의 진술대로 “보수세력이 여론 공작을 펴고 있다는 정황을 보여주고 싶었다”면 수사의뢰까지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 수사결과 민주당 권리당원이 조작한 것으로 결과가 나오자 민주당은 당혹해하는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오히려 김씨 등이 “무리한 대가를 요구하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반감을 품고 악의적으로 정부를 비난한 사건”이라는 김경수 의원의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김씨 등은 인사청탁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문재인 정부에 반대하는 활동을 했던 정황이 나온다. 애당초 김씨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청탁을 한 이유에 대해서는 ‘영향력’과 관계가 있다는 전언이다. 자신이 운영하는 온라인 카페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회원들에게 청탁사실을 근거로 유력인사와의 관계를 통한 신뢰도를 올리려 했다는 것이다.

16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경공모 회원 A씨는 “(김씨가) 일본대침몰설과 거기에 따른 정치, 경제가 변할 내용, 그걸 위해 경공모가 어떻게 하겠다는 식으로 얘기를 했다”며 “이 과정에서 정치인들의 영향력을 획득하고 싶어 했던 것 같다. 추측하기로는 이때부터(2015년) 진보 변강의 유력 정치인들을 접촉을 시작했지 않나 보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오사카 총영사직을 청탁했던 것도 김씨가 주장했던 ‘일본대침몰설’과 무관치 않다는 게 A씨의 증언이다.

◇ 김경수 관련 수사정보, 누가 왜 유출했나

김경수 의원이 정론관 기자회견을 열고 댓글조작 사건과 관련해 해명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은 수사내용이 유출된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별한 혐의도 없는 상황에서 민주당 의원이 관계돼 있다는 보도가 나왔고, 급기야 이름까지 거론됐기 때문이다.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지만 수사기관에서 특정 언론에 흘린 게 아니냐는 의심스런 시선이 존재한다. 이날 취재진과 만난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은 “(김씨가) 일방적으로 보냈고 김경수 의원이 확인 안한 것이 대부분”이라며 “김 의원이 관련됐다는 진술 같은 게 나온 게 없다”고 했다.

박범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와 관련 “가장 큰 문제는 이번 사건의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김경수 의원의 실명이 드러났다는 사실이다. 혐의 유무가 전혀 드러나지 않았음에도 구속된 김모 씨의 텔레그램에 김 의원과의 문자메시지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실명이 거론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수사 기밀이 어떻게 특정 언론사에 제공됐는지 그 경위를 철저히 밝혀야 한다”며 “유력한 경남지사 후보인 민주당 김경수 후보를 공격해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칠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청와대는 이번 사건에 대해 철저히 선긋기를 하고 있다. 사실여부를 떠나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논란 자체가 청와대와 연결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이날 취재진과 만난 청와대 관계자는 “캠프 때 일은 당에서 할 일”이라며 “청와대가 조사한 사건은 정부 출범 이후 공직자 관련 사건들이다. 경계선은 지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