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지난해에도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쿠팡 측은 앞으로도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쿠팡이 지난해 실적을 발표했다. 지난해에도 적자행진이 계속되고, 심지어 역대 최대 규모의 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쿠팡은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설립 이래 줄곧 적자만 계속되고, 최근 4년간 1조8,000억원대 손실을 기록하고도 당당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 역대 최대 규모 적자에 쏟아지는 우려

쿠팡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6,228억원. 당기순손실은 6,572억원을 기록했다. 2016년의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5,652억원, 5,617억원이었고, 2015년엔 5,470억원과 5,260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적자행진이 계속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규모 또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 3년간 1조7,000억원대 손실을 기록하게 된 쿠팡은 결국 지난해 말 기준 2,000억원대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쿠팡을 향한 우려의 시선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계속되는 적자로 결국 파산에 이를 것이라거나, 온라인쇼핑몰 업계의 ‘치킨게임’이 모두를 패자로 만들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한 매각설 등의 뜬소문도 끊이지 않는다.

특히 쿠팡은 같은 업계로 분류되는 티몬, 위메프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적자 규모를 보이고 있다. 또한 티몬과 위메프는 지난해 적자를 기록하긴 했으나, 적자규모는 감소세가 뚜렷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우려의 목소리가 유독 쿠팡을 향해 집중되고 있는 이유다.

쿠팡의 매출액 및 영업손실 증가추세. 매출액 증가폭이 훨씬 더 큰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 쿠팡의 매출액 대비 영업손실 비율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 점점 줄어드는 매출액 대비 손실… “공격 앞으로”

하지만 쿠팡은 이 같은 우려의 시선을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여전히 투자단계이고, 실적도 추세 상으로는 크게 우려할 상황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2010년 설립된 쿠팡은 2년 만에 거래액 1조원, 5년 만에 거래액 5조원을 돌파하며 급성장한 바 있다. 그리고 2015년 일본의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으로부터 1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자받으며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이후 공격적인 투자 및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적자가 계속되면서 우려의 시선 또한 받고 있는 상황이다.

대규모 투자를 받은 이후 쿠팡은 로켓배송을 대폭 확대했다. 로켓배송은 오후 자정이 넘기 전에만 주문하면 다음날 물건을 받아볼 수 있는 쿠팡만의 시스템이다. 다양함 품목과 저렴한 가격까지 자랑하며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다.

쿠팡은 향후 더 많은 고객들이, 더 많은 물건을 로켓배송으로 구입하도록 만들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미래의 쇼핑 패러다임을 선도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로켓배송의 확대는 곧 쿠팡맨 및 물류센터의 확대를 의미한다. 두 가지 모두 상당한 투자가 필요한 부분이다. 쿠팡이 지금의 적자를 미래를 위한 투자로 보고 있는 이유다.

그렇다면, 쿠팡의 실적은 정말 긍정적인 방향성을 보이고 있을까. 많은 이들이 쿠팡의 적자와 자본잠식에 주목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큰 의미를 지니는 숫자도 있다.

우선, 매출액이다. 쿠팡은 지난해 2조6,813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특히 2014년 3,484억원이었던 매출액이 2015년 1조1,337억원, 지난해 1조9,154억원 등 꾸준히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적자 규모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매출액도 함께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매출액 대비 영업손실 추세도 주목해야 한다. 지난해 쿠팡의 매출액 대비 영업손실 규모는 23%였다. 2016년엔 29%, 2015년엔 48%를 기록한 바 있다. 2년 전과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즉, 매출액과 영엽손실 모두 증가하고 있지만, 매출액 증가폭이 훨씬 더 큰 것이다. 지난해 매출 증가폭이 40.1%였던 반면, 영업손실은 13% 증가하는데 그쳤다.

쿠팡 관계자는 “100억원의 매출액을 올린 기업이 2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면 크게 주목받는 일이 아니었을 것”이라며 “숫자의 규모가 크다보니 우려도 큰 것 같다. 하지만 쿠팡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해나갈 것이며, 언제라고 말할 순 없지만 머지않아 흑자로 돌아서는 시점이 올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자본잠식 또한 이미 해결됐다. 쿠팡의 모회사인 미국 법인 쿠팡LCC가 올해 두 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총 5,100억원 상당의 자금을 추가로 투입한 것이다. 이를 통해 현재 8,000억원 이상의 현금유동성을 확보한 상태라는 것이 쿠팡 측 설명이다.

많은 이들이 보통의 온라인쇼핑몰과 유사하다고 생각하지만, 쿠팡은 국내에서 비교대상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독자적인 길을 걷고 있다.

온라인쇼핑몰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자체적으로 물건을 판매하거나, 다수의 판매자와 다수의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백화점 역할을 하는 곳이다. 다만 자체적으로 물건을 판매하는 쇼핑몰은 품목에 한계가 있고, 여러 업체가 입점해있는 백화점식 인터넷쇼핑몰은 매개체 역할만 할 뿐이다.

반면 쿠팡의 로켓배송은 모든 물건을 직접 매입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구조다. 즉, 초대형 대형마트가 온라인상에 있다고 보면 된다. 무척이나 다양한 품목의 제품을 모두 직접 판매하면서, 압도적으로 빠른 배송시스템까지 갖춘 것이다. 물론 국내 주요 대형마트들도 온라인쇼핑몰과 빠른 배송서비스를 갖추고 있으나, 쿠팡의 로켓배송을 통해 구입할 수 있는 품목은 이를 한참 뛰어넘는 수준이다.

이 같은 쿠팡의 행보는 미래 쇼핑 패러다임을 선도하는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다만, 관건은 역시 자본력이다. 현재 추세라면, 쿠팡은 앞으로도 적자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미래를 위한 투자라 하더라도 자금줄이 막히면 미래에 도달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측면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쿠팡은 걱정 없이 당당한 모습이다. 외부에 알려진 투자금 외에 추가적으로 확보하고 있는 자금 또한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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