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위원장이 준비과정과 남은 과제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남북 정상회담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양측은 의제 내용과 의전 등 형식을 두고 막판 조율을 진행 중이다. 우리측 준비위원회는 북미 정상회담의 ‘길잡이’ 역할로서, 또 남북 판문점 정상회담의 정례화의 시작점이 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임종석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위원장은 17일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판문점 회담은 북축 정상이 처음으로 남쪽을 방문한다는 의미가 들어있고, 더 중요하게 보는 것은 이번 회담의 평가에 따라서 정상회담 정례화와 별개로 판문점 회담이 정착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판문점 회담 의의는 ‘정례화’ 가능성

이전까지 합의하기 어려운 큰 의제와 의전형식 문제 등으로 정상회담을 개최하려고 해도 어려움이 많았는데, 이를 간소화해 작은 의제라도 자주 대화할 수 있는 형식을 마련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다만 임종석 위원장은 “우리로서는 중요한 의제로 다룰 계획이지만 (북측과) 합의돼 있는 것은 아니다”며 막판 조율 중인 사항이라는 점만 밝혔다.

아울러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한 ‘가교’ 역할이 중요하다고 문재인 대통령과 준비위는 판단하고 있다. 북한이 ‘핵폐기’에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있음을 부각하는 게 포인트다. 따라서 남북 정상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는 수준의 합의는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북한의 핵폐기와 이에 상응하는 국제사회의 조치를 미국이 원하는 수준까지 맞출 수 있느냐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를 가장 고심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임 위원장은 “남북간 많은 합의에도 불구하고 이행의 지속이 어려웠던 것은 남북대화와 북미대화, 한미 소통이 잘 조화되지 않은 데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현실 외교정치에서 중요한 방향전환은 최소한 미국의 인내와 동의가 없이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남북대화에 ‘일’의 공을 들였다면 한미 소통에 적어도 ‘삼’ 이상의 공을 들였다. 남북회담과 북미회담이 함께 진행되는 것이 그간 풀지 못했던 근본문제를 푸는 열쇄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 공동기자회견, 생중계, 부부동반 등도 중요 조율사항

준비위는 오는 18일 실무회담을 갖고, 정상회담 전 마지막 고위급 회담을 개최한다는 방침이다. 실무회담에서 합의가 잘 될 경우 바로 고위급 회담이 이어지겠지만, 여의치 않다면 한 차례 추가회담도 가능하다. 이밖에 통신실무회담 결과에 따라 오는 20일 정상 간 핫라인이 설치돼 시범 통화가 이뤄질 예정이며, 정상회담 전 양 정상간 통화 가능성도 열려있다. 실무급이나 고위급에서 합의가 안 된 내용에 대해 정상 간 핫라인을 통한 합의도 예상되는 대목이다.

의제 외에 형식 문제에도 조율이 필요한 사항이 적지 않다. ▲정상회담의 실시간 생중계 여부 ▲남북 정상들 동선 ▲공동 기자회견 ▲김정숙 여사와 리설주 여사 동반여부 등이다. 우리 측은 가능하면 긍정적인 방향으로 협의를 진행 중이지만, 마지막 당일까지 합의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게 임 실장의 설명이다.

한편 준비위는 D-10 카운트다운에 맞춰 본격적인 홍보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이날 대국민 ‘직접소통’을 위한 독자적인 온라인 플랫폼(www.koreasummit.kr)을 오픈했으며, 이를 통해 정상회담까지 매일 최대한 경과를 소상하게 밝히겠다는 방침이다. 문 대통령도 원로 고문단에 이어 이날 전문가 고문단과 간담회를 갖고 정상회담 의제 등에 대해 의견을 수렴했다.

임 실장은 “판문점 회담을 1989년 몰타회담에 비유하기도 하는데, 실제로 이번 회담이 남북 간 관계를 넘어서 특히 북미 간 문제를 푸는 계기가 된다면 몰타회담 보다 더 상징적인 회담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압축적인 시간 내에 풀어보고 싶었던 근본문제가 풀렸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으로 조심스럽게 그리고 착실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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